일본 수출길 막힌 전갱이 중국·아프리카 식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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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동어시장에서 전갱이가 위판이 되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제공

‘전갱이 주 소비국’ 일본 수출길이 막히자 중국 관련 업체들이 전갱이 구매를 늘리고 있다. 그런데 이 전갱이들이 중국인이 아니라 아프리카인들의 식탁으로 향하고 있다.

10일 부산공동어시장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올해 전갱이 위판실적은 8577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597t에 비해 30%가 늘었다. 전갱이는 대형선망에서 종종 잡는데, 국내에서 거의 소비가 되지 않는다. 지역에서 잡힌 전갱이의 90% 이상은 일본으로 수출된다.

대형선망 어획 일본 90% 소비
무역갈등에 코로나 겹쳐 주춤
기름 덜 차 상품성 떨어지자
중국 바이어 구매 크게 늘어
아프리카에 일부 다시 수출

일본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갱이를 소비한다. 일본에서는 전갱이가 너무 맛있다며 ‘맛’을 의미하는 ‘아지’로 부를 정도다. 대형선망 관계자는 “일본인들은 1인 1상을 기본으로 하는데, 너무 큰 생선은 부담스러워한다. 하지만 전갱이는 1인 1상에 놓기에 좋은 크기라 전갱이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과 일본과의 무역 갈등 등으로 일본 수출길이 좁아졌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그 자리를 중국 바이어들이 차지했다. 일본으로 가는 길이 막혀 시장이 없는 데다 아직 전갱이에 기름이 충분히 차오르지 않아 가격이 낮다. 그러자 되레 중국 관련 유통업자들이 더 늘어난 것이다.

이를 중국 내에서 전갱이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중국인들이 전갱이를 즐기기 시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중국인들이 맛을 알았다면 1상자에 4만~5만 원 하는 최고급 전갱이도 수요가 늘 테지만, 여전히 2만~3만 원하는 저가 전갱이의 인기만 높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 때문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대규모 지원을 함과 동시에 시장도 넓혀가고 있다.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은 고등어, 전갱이, 청어 등을 많이 소비한다. 아프리카는 연간 46만t 이상을 소비하지만 자체 공급량은 6만t 수준으로 수입의존도가 높다. 이동훈 부산공동어시장중도매인협동조합 이사장은 “아프리카 지역은 수산물을 선호하지만 소비를 할 수 있는 경제력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며 “일본이나 국내에서 소비가 되지 않는 전갱이를 중국이 구입해 아프리카 지역으로 다시 수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전갱이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다. 중국의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1990년 11.5kg에서 2004년 25.4kg, 2020년 35.9kg으로 매년 대폭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참치는 2010년대 후반부터 먹기 시작했기에 언제든지 전갱이가 14억 인구의 타깃이 될 가능성도 있다.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대표는 “전갱이가 대부분 수출이 돼 국내 소비자들이 접할 기회가 없어서 아쉽다”며 “부산에서 나는 전갱이는 품질이 좋아 한 번 맛을 보면 잊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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