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풍토병 진입… 4차 유행 10월까지 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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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살아있다’ 책 펴낸 이은혜 순천향대 의대 교수 인터뷰

부산은 10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에 들어갔다. 이날 사상 두 번째로 많은 149명이 추가 확진되면서 부산의 코로나 감염세는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이은혜 순천향대 의대 영상의학과 교수는 “이미 지역 사회에 코로나19는 ‘엔데믹(풍토병)’으로 들어섰다”며 “이번 대유행은 짧게는 이달 말, 길게는 10월까지도 진행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부산일보> 취재진은 지난 6일 오후 이 교수를 대구에서 만났다. 이 교수는 최근 전국 의대 교수 19명과 정부의 방역 실태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고민하는 <코로나는 살아있다>를 출간했다. 이 교수를 포함한 현역 의사들이 정부의 방역 정책에 관해 책을 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부산 확진자 급증 원인
델타 변이와 검사 건수 확대
방역수준 높여도 종식 불가능
경제·사회적 비용 줄이려면
방역 기준을 ‘확진자 수’ 아닌
‘감염재생산지수’로 재편해야

이 교수는 최근 부산 지역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한 것은 델타변이 바이러스와 검사 수 확대가 주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부산에 코로나가 발병한 이후 하루 확진자로는 최대인 171명이 나온 7일에는 검사 건수가 1만 6648명이었다”며 “이는 최근 한 달간 가장 많은 검사 건수로, 그만큼 코로나가 생활 속에 많이 침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가 메르스 등 다른 감염병에 비해 치명률(특정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이 낮아 생각보다 위험한 질병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 치명률은 1% 정도로 세계 40%, 한국 20% 수준인 메르스보다 훨씬 낮다”며 “특히 확진자 90% 이상이 무증상이거나 경미한 증상으로 감기처럼 2주 내로 회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꺾기 위해서는 감염 가능성이 높은 의료시설 등이나 인구 밀집 시설에서의 방역 수칙 준수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최근 부산 기장군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백신을 맞고도 코로나에 확진되는 ‘돌파 감염’이 환자와 병원 종사자 등 40명에게서 발생했다. 이 교수는 “요양병원은 환자가 마스크를 쓰기 힘들고 종일 실내에 있어 감염자가 많은 것”이라며 “백신 효과로 중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지만, 출퇴근하면서 감염 우려가 큰 간병인 등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방역 수준을 높여도 코로나를 종식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힘줘 말했다. 강력한 방역 조치로 인한 서민 경제 타격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마스크 착용과 철저한 개인위생 등의 생활습관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코로나는 변이를 거듭할수록 전파력은 높아지지만, 치명률은 낮아져 확진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현재 정부의 방역 체계를 확진자 수가 아니라, 감염재생산지수를 기준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감염될 확률 △접촉률 △감염 기간을 검토한 수치로 통상 감염병 유행 지표로 사용된다. 현재 국내 코로나 지수는 ‘1’ 정도다. ‘1’은 한 명이 한 명을 감염시킨다는 뜻으로, ‘1’을 넘으면 감염이 확산하며 ‘1’보다 적으면 확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전파력이 가장 강한 질병인 홍역은 감염재생산지수가 13이다. 이 교수는 “지난 1차 유행과 2차 유행 때도 감염재생산지수는 1을 넘지 않았고, 최근에야 1을 넘었다”며 “과도한 방역으로 인해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확진자 수 대신 과학적으로 사용하는 감염재생산지수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위드 코로나 시대’의 대비를 위해서는 “정부가 ‘코로나 종식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정부는 지난 1년 반 동안 집합 금지 등으로 방역을 옥죄었지만, 정작 4차 유행을 맞이했다”면서 “중증 환자 위주로 관리하면서 방역 체계를 풀면서 코로나와 함께 사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이은혜 순천향대 의대 영상의학과 교수. 이 교수는 “코로나는 위험한 질병이 아니다”며 ‘종식’보다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위드 코로나’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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