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의중 실렸나…‘이재용 가석방’ 곤혹스러운 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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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박정은 사무처장이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허가와 관련, 청와대가 극도로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줄곧 재벌 총수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했는데, 이에 배치되는 결정이 이뤄진 데 대한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거기다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 진보 진영은 물론 여당의 대선주자 일부가 이 부회장 가석방을 강하게 비판하는 데 따른 여론의 집중포화를 피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보수 야당과 경제계는 이번 조치를 적극적으로 환영하면서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어 극심한 국론 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재벌 봐주기” “경제 살려야” 팽팽
보수-진보 찬반으로 국론 분열
“입장 없다” 극도로 거리 두지만
‘문 의사 반영됐다’ 해석 지배적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0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와 법무부가 가석방에 대해 교감을 했느냐’는 물음에도 “말씀 드릴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만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권에서는 재벌 총수 가석방에 반대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문 대통령의 5대 중대 부패범죄 사면 배제 원칙과도 배치된다’ 등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 관계자는 “입장이 없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또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문 대통령이 내부 회의에서 별도로 언급한 것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말씀하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지나치게 느껴질 정도로 입장 표명을 꺼리는 것은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 가석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6월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 특별사면 건의에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화답했는데, 그 이후 특혜 논란이 제기되자 청와대 기류는 가석방 쪽으로 기울었다. 대통령 권한으로 실시되는 특사와 달리 법무부 행정 절차에 따른 가석방은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부회장을 가석방하기 위한 형식적 요건이 구비됐다고는 하지만 국내 최대 그룹 총수를 대상에 포함시킨 건 대통령의 정무적 결단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 진보 진영뿐 아니라 여당의 일부 대선주자들도 이번 결정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청와대는 더욱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국정농단 세력의 꿀단지가 된 정경유착 공범에 대한 2년 6개월의 실형도 무겁다고 법무부가 조기 가석방의 시혜를 베풀었다”면서 “매우 유감이다. 솜털같이 가볍게 공정을 날려 버렸다”고 반발했다. 김두관 의원은 “촛불국민을 배신하고 기득권 카르텔과 손을 잡는 신호탄”이라고, 박용진 의원은 “재벌총수에 대한 0.1% 특혜 가석방은 공정한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이번 가석방을 계기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크게 기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승민 전 의원은 “삼성은 혁신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국민의 뜻을 받들어 경제 살리기에 결초보은, 분골쇄신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은 “반도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주기 바란다”면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형집행정지도 결정해 달라”고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하며 삼성이 국가 경제 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해 줄 것을 주문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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