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만들면 뭐해”… 부산 구·군 절반 이상 입법 평가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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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초지자체 절반 이상이 조례를 만든 뒤 그 조례가 제대로 쓰이는지 점검하는 시스템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쓸모없는 조례가 양산되고 정작 주민들에게 필요한 조례는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결과(부산일보 7월 15일 자 보도)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하는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조례에 대한 입법평가 조례’(이하 입법평가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금정구, 북구, 사상구, 서구, 수영구, 연제구, 영도구 7곳뿐이다. 입법평가 조례란 조례의 목표가 실현되는지 분석·평가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조례의 실현성, 조례에서 정한 계획 수립, 예산 편성과 집행, 그 밖에 조례 규정 이행 등을 판단한다. 이를 통해 현행 유지, 개선, 폐지 등의 결론을 내려 주기적으로 조례를 관리하는 것이다.

16곳 중 9곳 사후 점검 조례 없어
의무사항 아니어서 제정 꺼려
베끼기·의미 없는 조례 양산

평가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곳에서는 조례만 만들어두고 실제 어떻게 사용되는지, 개선할 점이 없는지 살펴보는 시스템이 없다. 해당 조례가 지방자치법에 따라 자치사무로 분류돼 모든 지자체가 입법평가 조례를 만들 수 있지만, 사실상 부산시나 중앙부처에서 권고하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제정하려는 움직임도 더디다. 평가 조례가 없는 한 지자체 법무조직팀 관계자는 “크게 예산이 빠져나가지 않거나 선언적인 조례들은 주민 주목도가 낮기 때문에 개선하기보다는 그냥 넘어간다”고 귀띔했다.

반면 입법평가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들은 2~3년에 한 번씩 해당 조례를 개선하는 작업을 거친다. 자연히 의미 없는 조례가 양산될 가능성이 낮다. 사후에 조례에 대한 평가가 공유되면 입법의 실현성, 예산 반영 가능성, 여타 상위법 충돌 여부 등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해당 조례를 발의한 연제구의회 박종욱 의원은 “의원들도 주기적으로 자기 입법 활동을 평가받는다는 경각심을 갖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 사정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그 조례가 실제로 적용됐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차재권(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방분권발전연구소장은 “주기적인 입법 평가 제도를 갖춰야 조례 베끼기와 선언적 조례 양산을 방지하고, 양질의 조례 입법을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혜랑·이상배 기자 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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