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자성 없는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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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실속 없이 겉모습만 요란했던 것일까. 요즘 한국 프로야구의 추락이 심상찮다. 일부에서는 주식 시장에 빗대 한국 프로야구의 위상이 대세 조정기에 들어갔다는 말도 나온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프로 스포츠로 최대 관중 동원과 최고 선수 연봉을 자랑하던 프로야구가 최근 팬의 신뢰와 사랑을 저버리는 행위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1982년 6개 팀으로 출발한 대한민국 프로야구가 40년을 지나면서 성장과 퇴행의 갈림길에 선 느낌이다.

발단은 지난 도쿄올림픽 졸전이다. 겨우 6개 팀만 출전한 야구에서 대표팀은 4위를 거뒀다. 4위라도 다 같은 게 아니다. 다른 종목처럼 ‘메달보다 더 빛나는 4위’도 있지만, 야구 대표팀은 ‘연봉과 프로라는 이름이 아깝다’라는 비아냥만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출전팀 중 일본과 ‘유이하게’ 현역 최고 프로 선수들이 출전했는데도, 경기 내용은 수준 이하였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 선수로 구성된 미국, 은퇴 선수가 주축이라는 이스라엘, 44세의 투수가 버틴 도미니카와 비교해도 한참 뒤떨어지는 경기력으로 팬의 울화만 키웠다. 많은 팬은 난수표처럼 복잡한 대진표로 짜인 도쿄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우리 프로팀이 그동안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됐다.

실망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올림픽 바로 직전에는 대표팀에 선발된 몇몇 선수들이 호텔 술판을 벌여 팀 분위기에 고춧가루를 뿌리더니,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분위기 파악 못 하는 또 다른 선수가 헛발질을 계속했다.

키움 히어로즈 소속의 송우현 선수가 지난 8일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된 데 이어 9일에는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가 미국에 주문한 전자담배에서 대마초 성분이 검출돼 조사를 받은 것이다. 팬의 사랑으로 존재하는 프로 스포츠 선수의 낮은 시민의식과 부족한 절제심이 아쉬운 대목이다. 송우현 선수는 이 일로 구단에서 방출됐고, 브룩스 역시 퇴출 결정을 받았다. 잇따르는 악재에 야구계 원로도 “할 말이 없다”라고 했다니 더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팬의 신뢰가 최대 자산인 프로 스포츠에서 이를 해치는 것은 바로 자해 행위와 다를 바 없다. 팬심을 되돌리려는 자성이 없다면 프로야구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추락의 가속화뿐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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