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 자유 옥죄는 '징벌적 손배소',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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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면서 ‘최악의 권위주의 정권’이라는 국제적인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법안 소위에서 이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민주당은 12일 여야 간사협의를 통해 심의를 보류했지만, 문체위원장이 야당 몫이 되기 전인 8월 말까지 본회의 통과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세계신문협회(WAN-IFRA)는 12일 공식 성명을 통해 “개정안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적·경제적 권력에 대한 자유롭고 비판적인 토론을 억제하는 최악의 권위주의 정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신문협회 “권위주의 정권” 비난
헌법가치 충돌하는 입법 강행 중단해야


정부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헌법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지금도 보도내용에 대해 명예훼손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데 허위보도 피해액의 최대 5배 배상 책임을 언론사에 부과하는 ‘징벌적 배상’까지 물리면 자유로운 취재 보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고의·중과실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을 언론사가 지도록 한 부분은 소송 과정에서 취재원을 밝혀야 해 언론 윤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본인 신상이 공개되는 상황에서 부패 권력에 대한 용기 있는 제보는 불가능하게 된다. 인터넷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 신설 등은 권력 감시 기능을 약화시킬 우려가 높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권력형 범죄, 고위공직자 비리, 재벌의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언론의 취재 보도, 비판 기능이 봉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사회 각계로 확산하고 있다. 정의당은 이미 개정안을 ‘다른 의견에 대한 증오입법’로 규정하고, “평범한 시민의 피해를 막는 일에는 무기력한 반면, 권력을 가진 공직자와 재벌 대기업처럼 힘을 가진 사람과 집단을 비판하는 보도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6개 언론단체가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반민주적 입법으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및 정부 정책의 비판·의혹 보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시도로 간주한다”며 입법 저지에 나섰다.

정부 여당이 주장하는 개정안의 진정한 목적이 ‘가짜뉴스로 인한 국민 피해를 구제하고 공정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언론 개혁’이라면 의석수와 완력으로 이렇게 서두를 이유가 없다. ‘언론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면서까지 개정안을 강행할 경우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려 대선에서 우호적인 언론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이 ‘민주주의 정부’라고 자신한다면, 막무가내식 입법 시도를 중단하고, 시간을 갖고 사회적 합의와 전문가의 심도 있는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선진국 어느 정권도 꿈꾸거나, 성공하지 못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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