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때 미국으로 이민… 한 바퀴 돌아서 고향 돌아온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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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제 주부산미국영사관 영사

“한 바퀴 돌아서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입니다. 배울 수 있는 만큼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데이비드 제(44) 주부산미국영사관 신임 영사는 한국서 3살 때까지 살다가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했다. 모국어를 완전히 잊었을 법도 하지만 한국어가 유창하다. “한국어를 잊으면 안 된다”는 모친의 고집 덕분에 한국어를 배웠다는 제 영사는 예전부터 한국에 다시 올 마음이 있었는데 기회가 생겨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선 다양성을 힘으로 본다. 다문화가정 가장으로서 자녀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동시에 어린 시절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민 후 어머니 권유로 모국어 배워
영남지역 알기 위해 자전거 타고 부임
기후 변화 관련 프로그램 알리고 싶어

제 영사는 자전거광이다. 지난달 12일 부임하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550km에 달하는 거리를 5일에 걸쳐 동료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내려왔다.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내려올 수도 있지만, 영남의 구석구석을 느끼고 싶어 자전거를 탔다는 그는 문경새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본관이 경남 쪽이라 한강과 낙동강으로 나뉘는 분수령에서 영남에 발을 디디는 순간 집으로 가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2018년 부산을 처음 찾았을 당시 유엔기념공원을 특히 잊을 수 없었다는 그는 지난달 27일 정전기념일을 맞아 유엔평화기념관도 다녀왔다. “한국의 내일을 위해 우리의 오늘을 희생했다”는 한 참전용사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밝힌 제 영사는 “이들의 희생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뜻깊었다”고 덧붙였다.

제 영사는 영사관에 있으면서 기후 변화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많이 마련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주한미국대사관 차원에서 진행 중인 ‘우리의 지구(Oori Earth)’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차세대들과 함께 한·미동맹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을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안보에 초점이 맞춰졌던 한·미동맹은 이제 세계 문제로 범위를 넓힐 수 있다”며 “한국은 여러 면에서 모범국이자 선진국이다. 미국과 함께 우주와 환경 위기, 테러리즘 등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 영사는 입양을 통해 인류애를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입양은 “사랑을 주고받는 동시에 ‘곱하기’하는 것”이라고 한 그는 18개월 때 입양한 막내가 벌써 40개월이 됐다고 했다. 제 영사는 “나와 아내는 살면서 많은 축복을 받았다. 우리도 축복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입양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안타까움을 표하던 그는 곧 위기를 극복하고 여러 모임에 참여할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기득권층이 아닌 이민자로서, 태어난 나라에서 미국을 대표할 기회를 얻은 것은 흔치 않다”며 “스포츠와 음식, 예술 등 다양한 방면에서 부산과 영남, 제주와 소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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