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탄압의 역사 품은 동굴 잇단 발견… 진상 조사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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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 태종대, 가덕도 등에서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를 간직한 동굴들이 잇따라 발견돼 언론에 공개됐다.

올해 1월 취재팀은 부산 영도구 태종대 내 태종산 중턱 산책로 옆에서 거대한 굴을 발견해 최초 보도했다. 가로 3m, 세로 4m 성인 키를 훌쩍 넘는 크기의 입구는 현재 시멘트 벽돌로 가로막힌 상태. 작은 틈을 통해 내부를 부분적으로 살펴본 결과, 안쪽은 통나무로 된 창살로 가로 막혀 있었고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워 깊이가 꽤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본보가 찾아낸 태종대 지하벙커
탄약고나 포진지 등으로 추정
학살한 주민 매장한 곳 목격담도
정체불명 가덕도 해안 동굴 등
밝혀지지 않은 사실 발굴해야

전문가들은 인근 배수로의 방향, 주변 군사시설과 거리를 통해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탄약고 또는 해안 포진지 시설 등으로 추정했다.

부경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 소장은 “어떤 이유로 입구가 막혔는지 등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산시설공단과 부산시 등은 내부 확인을 위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았고, 이달 중 조사에 돌입할 방침이다.

아직 기록으로 확인되지는 않지만 일본군이 강제 노역을 위해 동원된 주민들을 집단 학살하고 매장했다는 목격담도 전해진다. 태종대 지하벙커를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는 안원찬(83·영도구) 씨는 “고문을 받다 죽으면 태종산 동굴에다 일본군들이 시체를 매장했다”고 말했다. 주경업 부산민문화연구원 대표는 “당시 주민 200명 정도가 태종대에 강제노역으로 끌려갔고 이후 일본군에 의해 집단 총살됐다는 제보를 받은 적 있다”고 전했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서도 정체불명의 동굴이 발견되고 있다. 취재팀은 올해 5월 강서구 가덕도 새바지항 인근 한 해안 절벽에서 입구 크기가 가로, 세로 3m의 거대한 동굴을 발견했다. 바위 절벽 중턱에 자리 잡은 이 곳은 가파른 경사와 수풀로 쉽게 드나들지 못하는 곳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절벽 동굴 또한 일본군이 구축한 포진지로 추정했다.

부산시의회 박성윤 의원은 “태종대를 비롯해 부산 곳곳에 밝혀지지 않은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의 잔재가 남아 있다”면서 “후대들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도록,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전문가 그룹을 형성해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남형욱 기자 th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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