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지킴이’ 안전보안관 1205명, 지원금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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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등 재난 발생 때 동네 주민의 안전을 지키고 직접 살피는 ‘안전보안관’에 대한 부산시 지원 예산이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부산에서 활동 중인 1200여 명의 안전보안관들은 기초지자체로부터 피복 구입 등에 최소한의 예산조차 지원받지 못하고 있어 봉사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 구·군별로 무보수 활동
자연재해·폭염 등 현장 투입
지자체 지원 예산 한푼도 없어
취약층 방문 때 자비 지출 예사

12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의 안전보안관은 1205명으로, 각 구·군 별로 52명부터 최대 110명이 활동하고 있다. 안전보안관은 자율방재단을 포함하는 상위 개념으로, 생활 속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 재해 복구·봉사 활동에 동참하는 등 지역 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활동을 하는 주민을 통칭한다.

이들은 의용소방대와 마찬가지로 수해, 산사태 등 자연재해 현장에 투입돼 무보수로 수습 작업 등을 맡는다. 이 외에도 폭염 기간 중 경로당이나 취약 계층 가정을 방문해 안부를 살피고 음식을 나눠주기도 한다.

현재 활동 중인 안전보안관 연령은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지역 주민으로 구성돼 동네를 잘 알고 있는 안전보안관은 사실상 주민 생활에 가장 밀접한 봉사 단체인 것이다.

2019년 12월에는 안전보안관에 의한 지역 밀착형 봉사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지자체가 이에 따른 지원 예산을 투입할 수 있다는 법적 조항도 신설됐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상 ‘지자체 등이 지역 안전 문화 활동에 주민이 참여하고, 관련 활동을 위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이 그것이다.

하지만 안전보안관 제도를 총괄하는 부산시가 이들에게 지원하는 예산은 단 한 푼도 없다. 안전보안관은 각 구·군에 소속되지만, 기초지자체 지원 상황도 다르지 않다. 부산시에 따르면, 그나마 부산 16개 구·군 중 유일하게 북구만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마저도 1년에 100만 원에 그친다.

나머지 구·군은 아예 지원 예산조차 편성하지 않았다. 예산 한 푼 받지 못하는 안전보안관들은 장갑 등 필요한 용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폭염 기간 중 저소득 취약 계층 또는 경로당 방문 때 직접 사비를 거둬 음료수 등을 나눠주는 실정이다. 반면 소방 활동을 제외하고 비슷한 성격의 의용소방대는 소방당국으로부터 한 해에 25억 원가량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40대 안전보안관 A 씨는 “재해 등 일이 생기면 구청에서 먼저 도움을 요청해오는데, 구청으로부터 받은 지원은 없다”며 “봉사 신념을 가지고 안전한 부산을 만들자는 취지로 활동하는 것인데도 외면 받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안전 관련 활동에 불참하는 안전보안관들도 늘고 있는 분위기다. 이일삼 부산시 자율방재단 대표는 “지자체 지원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최근 재난 현장으로 가기를 꺼려하는 인원들도 나오고 있다”며 “안전보안관이 부산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 만큼 지자체가 최소한의 예산이라도 지원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예산 편성 등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안전정책과 관계자는 “예산 문제로 지원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안전보안관에 대한 지원 방안을 최대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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