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장악 속도 내는 ‘탈레반’…인접국들 “난민 밀려들라”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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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거침없는 공세로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악화되자, 주변국들이 현지 난민 문제를 우려하며 행동에 나섰다. 그러나 겉으로는 아프간 국민을 위한 조치라고 하나, 사실상 국제사회의 요구, 자국의 난민 수용 문제 등을 우려한 ‘눈치 보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CNN터키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국민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면서 “우리 쪽에서 탈레반과의 협상을 포함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내가 탈레반 지도자를 직접 접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탈레반은 미국과 일부 대화했지만 터키와는 더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고, 우리는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탈레반 지도자 중 누구를 만날지, 언제 만날지 등 상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터키군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일부로 아프간에 주둔해 왔으며, 미군이 이달 말 아프간 철수를 완료하면 카불 공항 경비를 맡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자국 내 여론의 압박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터키에서는 아프간이 탈레반에 넘어가면 현지 난민의 탈출 행렬이 빚어져 자국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터키 야권은 현재 수용 중인 시리아 난민도 터키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내보낼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독일은 망명 신청이 거부된 아프간인의 강제 추방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기존 입장을 뒤바꾼 것이다. 앞서 독일은 전날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덴마크 등과 함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망명 신청이 거부된 아프간인들의 추방을 중단하지 말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아프간 카불 주재 EU 대사들과 국제 인권단체 등은 아프간으로 강제 추방을 멈추라며 맞섰다. 독일 내무부 대변인은 11일 DPA통신에 “최근 아프간 내 안보 상황 전개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으로 강제추방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탈레반은 아프간 내 주도를 빠르게 점령해 나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 한 당국자는 빠르면 한 달 이내 수도 카불이 함락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미군 철수 후 6~12개월 내 카불이 함락될 거라는 이전의 예상보다 훨씬 당겨진 것이다. 이승훈 기자·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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