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고위공직자·기업인 징벌적 손배 청구권 제외”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2일 서울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개의가 지연되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릴 예정이었던 전체회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언론중재법) 심의가 연기되면서 취소됐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야권과 언론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언론중재법)에 대한 수정안을 제시했다. 논란이 된 고위공직자와 기업인에 한해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외했다. 다만 국민의힘에서 문제 삼고 있는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조항 자체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언론중재법 수정안 제시
허위·조작보도 5배 손배는 유지
문체위 심의 회의 17일로 연기
국힘 대안 마련 후 재논의키로
여야 접점 찾기는 쉽지 않을 듯

국회 문회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열린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계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나온 우려 중 합리적이라 인정할 수 있는 사안을 수정하기로 했다”면서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람들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과 관련해서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자가 추정의 주체임을 명시해 입증 책임의 모호함을 없애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의힘에서 반발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 자체에 대해서는 “언론 자유에 대해 조금 더 고려했지만 피해구제에 방점을 찍는 것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수정 불가 방침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제외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자체 개정안을 오는 15일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문체위 야당 간사인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당초 이날 오전 예정됐던 회의가 취소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일요일(15일) 정도까지 우리에게 법안을 달라고 했고, 이를 우리가 수용했다”며 “월요일이 휴일이라 화요일(17일)쯤 다시 논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수정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미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데다 이날 야권과 시민단체 등의 요구대로 일부 내용을 수정한 만큼 양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에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원회를 요구하는 식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르면 해당 상임위 3분의 1 이상이 안건조정위 구성을 신청했을 때 여야 동수의 위원회가 90일이 넘지 않는 기간 동안 심의할 수 있다. 다만 이마저도 안건조정위원 6인 중 3인은 민주당이고 비교섭단체 몫 1인은 언론중재법을 찬성하는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어서 ‘조정위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의결 조건을 갖추게 돼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의 개정안 강행처리 방침에 범진보 정당인 정의당도 반대하고 있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직자와 재벌 대기업처럼 힘을 가진 사람과 집단을 비판하는 보도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면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할 방법만 궁리할 게 아니라 열린 자세로 무엇을 지적하는지 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60여 개국 1만 5000여 개 언론사가 가입돼 있는 세계신문협회(WAN-IFRA)도 언론중재법 철회를 촉구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