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 클럽서 무심코 받아 마신 술잔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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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버닝썬’ 사태를 통해 GHB라는 데이트 강간 약물이 우리에게 알려졌다. GHB(Gamma-HydroxyButyric acid). 소위 물뽕이라 불리는 이 약물은 마취제로 개발되었지만, 부작용이 심해 현재는 임상 사용되지 않는 약물이다.

1980년대 미국의 보디빌더들은 지방을 태우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여 근육을 빠른 시간에 성장시킬 목적으로 이 약물을 사용했는데, 본래의 마취효과 외에 일시적인 피로 회복과 환각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 마치 필로폰과 같다 하여 액체로 된 필로폰(히로뽕), 즉 물뽕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일정량 이상 복용할 경우 기분이 좋아지고 나른해지며, 취기가 돌다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잃게 되는데, 이런 특징 탓에 범죄에 이용되기 쉽다. 클럽, 유흥업소, 주점 등 산만한 공간에서 술이나 음료에 약을 타고 피해자가 복용하도록 유도한다. 효과는 15분 내로 나타나고 3시간 가까이 지속된다. 그 사이 가해자는 피해자를 성폭행하거나 금품을 절도하는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깨어난 피해자는 심각한 단기 기억상실을 겪는데, 일부는 블랙아웃을 경험한 것으로 착각하여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한다. 꺼림칙한 느낌에 경찰에 신고한다 하더라도 24시간이 지나면 성분이 분해되어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주점에서 술을 병째로 들고 마신다. 이동 중에도 술병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냥 지나칠 법한 사소한 행동이지만 약물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 자연스레 자리잡은 것이다. 한국 역시 클럽 문화 보편화에 발 맞춰 범죄 노출 가능성을 인지 해야한다.

GHB를 이용한 범죄는 어제도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실시하는 [조건부기소유예프로그램]과 보호관찰소 [재범방지법정의무교육수강명령프로그램]에는 20~30대 GHB 사범들이 빈번하게 입소한다. 2021년부터 마약류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지만. 상당한 양이 불법으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마약을 이용한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때문에, 범죄 수법을 인지하여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해야한다. 국민들이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입법과 제도 도입 역시 그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최창욱 객원기자/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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