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국내 서핑 신에 그라핀이 있었다고 인정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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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익 그라핀 대표

“그라핀은 서핑과 비치 컬처를 좋아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그라핀은 조성익 대표가 운영하는 1인 기업 디자인 스튜디오로, 송정해수욕장 근처에 있다. 그라핀(Grapin)이라는 이름은 그래픽 디자인(graphic design)과 송정의 송(松·Pine tree)을 합쳐서 지었다. 조 대표는 2014년에 그라핀을 창업했다.

송정서 1인 기업 디자인 스튜디오
서핑·비치 컬처 관련 작품 선보여
브라운핸즈 백제서 첫 개인전 열어

조 대표는 부산에서 시각디자인 학부 과정을 마치고 영국 유학을 갔다. 맨체스터메트로폴리탄대학교 아트스쿨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다. “적응되면 대학원으로 옮길 생각이었는데 수업이 재미있어서 학부 3년을 마쳤어요.” 서핑과의 인연도 이때 시작한다. “여름방학 때 서울 출신 학교 동기가 부산에 와서 서핑하겠다더군요. 처음엔 친구 따라 하루만 타보려고 했어요.” 막상 해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5일 연속 서핑을 배웠다.

다시 돌아간 영국 학교에서 자유 주제로 ‘한 주제에 대한 모든 것’을 디자인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조 대표는 서핑 룰과 에티켓에 대한 인포그래픽과 스티커를 디자인했다. ‘이런 재미있는 디자인을 하면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 바로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학부 공부만 9년 가까이 해서 현장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가려고 했던 왕립예술대학은 기념으로 석사 합격증만 받아서 귀국했죠.”

조 대표는 대연동 집에 컴퓨터 1대만 놓고 그라핀을 창업했다. 학부 과제로 만들었던 ‘서핑 에티켓 룰’에 대한 캠페인성 스티커를 만들었다. 1960~70년대 미국의 각 지자체가 발급한 서프보드 등록증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한국, 부산, 송정, 신항만, 양양, 제주 등 11개의 디자인이 나와 있다. “온라인 블로그로 홍보를 시작했죠. 페이스북에서 서핑한다는 사람이 보이면 친구 신청을 하고, 플리마켓에 들고 나가서 팔았어요.” 서핑 인구는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는데 ‘서퍼’임을 드러낼 수 있는 관련 굿즈는 드물던 시기. “단지 스티커 제품인데도 반겨주고 판매가 되더라고요.”

조 대표는 2018년 송정해수욕장 인근에 오프라인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패션 브랜드를 희망했는데, 하다 보니 1인 기업으로 해내기에는 무리가 있더라고요.” 현재는 스티커나 포스터 등 지류 상품 위주로 디자인 상품을 제작한다. 조 대표가 디자인한 작품은 그의 첫 개인전 ‘SUMMER GRAPHICS by 그라핀’에서 볼 수 있다. 파도 해부도·서프보드 포스터와 ‘파도군’ 캐릭터 디자인 등을 선보이는 전시는 31일까지 부산 동구 초량동 브라운핸즈 백제에서 열린다.

최근 조 대표는 송정으로 이사도 했다. “요즘 송정에 기반을 둔 브랜드 올드말과 송정 서핑 숍에서 받은 영감을 디자인해서 옷을 만드는 협업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옷도 송정, 디자인도 송정, 주제도 송정에서 나오는 거죠.” 조 대표는 최근 ‘로컬’이 주목받는 분위기가 반갑다고 했다. 그는 올 6월 부산디자인위크 기간에 디자인 월간지의 ‘디자인X로컬크리에이터 인 부산’ 부스 디자인을 맡기도 했다.

“창업하고 7년 차에 들어서는데 그라핀만으로 수익을 내면 제일 좋지만, 여전히 외주 작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지금처럼 그라핀을 유지하면서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이어가면 좋겠어요. 먼 훗날 ‘국내 서핑 신에 그라핀이 있었다’ 그렇게 인정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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