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백신 과제 안고 풀려난 ‘이재용 행보’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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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으로 풀려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와 역할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 총수의 역할에 더해 백신 문제 등 국가 경제·사회와 관련한 기여도 요구받고 있어 막중한 부담감을 안고 경영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15일 재계와 삼성 등에 따르면 이달 13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 부회장은 주말 사이 공식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방 당일에는 출소 직후 곧바로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을 찾아 핵심 경영진으로부터 경영 현안을 보고 받은 뒤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출소하면서 자신에 대한 걱정과 비난, 우려, 기대를 잘 알고 있다면서 “열심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공장 증설·M&A 등
메모리·파운드리 고삐 죌 듯
대국민 신뢰 회복도 부담
백신 수급 과정서 역할 관심

문재인 대통령도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며 이 부회장에게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과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역할을 주문하는 취지로 언급했다.

최우선 당면 과제는 역시 반도체 사업 문제다. ‘초격차’ 지위 수성을 선언했지만 주변 상황은 여의치 않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 업황 전망이 순탄치 않고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글로벌 선두인 대만 TSMC를 따라잡기가 버거운 실정이다. 인텔 등 주요 반도체 플레이어들의 투자 확대도 부담스럽다.

이에 이 부회장이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사업 등에서 대대적으로 고삐를 조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20조 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 투자 프로젝트 결정, 2017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대규모 인수합병(M&A) 등도 다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은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등에서 3년 이내에 가시적인 M&A 성과를 내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국민 신뢰 회복도 큰 과제다. 이 부회장 가석방을 두고 반대 여론이 적지 않고 취업제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정부 측도 언급한 대로 이 부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코로나19 백신 수급과 관련해 조력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팽배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모더나와 협상에 나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 생산하는 모더나 백신 물량을 국내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거론하기도 한다.

취업제한 논란과 관련, 삼성에서는 이 부회장이 무보수 미등기 임원이기 때문에 이 신분으로 경영 활동은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국가 경제와 관련한 역할을 언급한 것도 이 부회장의 실질적 경영 활동을 막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다만 취업제한이 적용되고 있고 합병, 프로포폴 관련 2건의 재판은 이어지고 있어 경영 행보에 제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당장 오는 19일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의혹에 관한 재판이 예정돼 있다.

재계에서는 이른 시일 내에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본다. 정부와 국민 기대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반도체·백신 사업 현장에 우선 방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의에서 대국민 신뢰 회복 의지를 내보일지도 관심사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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