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황연대 성취상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018 평창패럴림픽 폐회식. 패럴림픽 참가자들에겐 가장 의미 있는 상이라 할 수 있는 ‘황연대 성취상’ 시상식 장면을 TV로 지켜보면서 뭉클했다. 당시 황연대 박사는 3년째 치매를 앓고 있었다. 하지만 병마를 이겨 내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선지 휠체어를 탄 채 무대에 등장했다. 패럴림픽 정신을 가장 잘 구현했다고 평가받은 남녀 선수 1명씩에 순금 두 냥(75g)짜리 메달을 직접 수여했다. 처음 이 상이 제정된 1988년 서울패럴림픽 이후 30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열린 패럴림픽 시상식이어선지 의미도 각별했다.

황연대 성취상은 소아마비를 극복하고 의사가 되어 장애인 복지운동에 헌신한 황 박사가 1988년 ‘오늘의 여성상’ 상금을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쾌척하면서 제정됐다. 단순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라 패럴림피언의 용기, 결단, 도전 정신을 세계에 알린 남녀 각 1인을 선정해 시상했다. 처음엔 ‘극복상’이라는 이름이었지만, 2008년 베이징패럴림픽부터 ‘성취상’으로 바뀌면서 폐회식 공식 행사가 됐다. 그동안 동·하계 패럴림픽을 통틀어서 21개국 남녀 선수 28명이 받으면서 뜻깊은 상으로 각인됐다.

평창패럴림픽 때는 지난 수상자 6명이 황 박사에게 감사패와 함께 75g짜리 메달을 증정하는 행사까지 더해져 감동이 배가 됐다. 장애인 선수들에게 영감과 도전의 기회를 제공한 황 박사를 향한 선수들의 감사 표시였다. 대표연설을 한 데이비드 레가(1996년 애틀랜타 패럴림픽 수상자)는 “황 박사는 전 세계 장애인들과 함께 멋진 도전을 했다”면서 “이제 우리가 자신과 싸우고 있는 당신의 힘이 되어 줄 것이고, 패럴림픽 정신과 당신이 만든 상의 훌륭한 뜻을 이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뿌듯했다.

한데 이 상이 2020 도쿄패럴림픽에선 사라진다. 상 이름을 바꿔서 ‘아임 파서블(I’m Possible·나는 가능하다) 어워드’로 시상한다. 2019년 IPC 집행위원회는 도쿄패럴림픽 조직위원회가 제안한 황연대 성취상을 대체하는 새로운 상을 제정하고, 재정적인 후원(2억 원 안팎)을 하겠다는 것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새로운 상은 선수 2명과 통합교육 실천학교에 시상한다는데,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통합(포용)’을 내세우며 30년 넘게 지속한 상 이름까지 바꾸다니. 2024년 파리패럴림픽에서 다시 황연대 성취상을 만날 수 있을지는 우리 정부나 대한장애인체육회 노력에 달려 있을 듯하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