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조선·해운산업, 세계와 초격차 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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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헌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본부 사업대표

‘지금 세계가 당면한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4월 한국과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5개국 경제 전문가 100인에게 던진 질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도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기후 위기가 가장 큰 위협이라는 것이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으로 시작된 세계의 기후 위기 대응이 ‘탄소중립’으로 모아지고 있다. 기후 문제가 갈수록 부각되면서 이제 탄소중립은 세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했다.

IMO(국제해사기구)는 지난 6월 10~17일 열린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76차 회의에서 2023년 1월부터 현재 운항 중인 국제해운 선박(현존선)에도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앞서 IMO는 2013년부터 신조선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엄격한 설계규정을 적용하고 있으며, 2018년 국제해운 업계의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2008년 대비 40%, 2050년까지 70%로 개선하기로 하는 등 탄소중립에 앞장서 왔다.

해양 온실가스 배출 규제 갈수록 강화
국내 조선·해운업엔 새로운 도약 기회
앞선 탄소중립 기술로 시장 선점해야
산·학·연 협력, 정부 지원이 경쟁력 키워

이는 전 세계 해상운송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연간 10억t으로, 세계 탄소 배출량의 2.5~3%에 달하는 데다 세계 5대 탄소 배출 국가를 제외한 모든 나라의 배출량보다 많기 때문이다. 이번 IMO 결정에 따라 선사들은 현존선에 대한 온실가스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기관 출력 제한, 에너지 절감장치 탑재, 친환경 대체 연료 사용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변화로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이 절박해졌지만,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우리 주력 산업이 탄소 다배출 업종인 제조업이고, 제조업 비중이 높아서다. 탄소중립을 피할 수 없어 새로운 발전의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탄소중립은 우리 경제와 기업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조선업의 친환경 스마트선박 개발 및 건조 기술과 해운 분야의 저탄소 핵심기술인 선박 추진용 엔진 및 추진체계 개발력, 전기차 배터리 및 에너지 저장장치(ESS) 기술력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수소연료전지 발전량의 40%를 한국이 공급하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처럼 한국은 탄소중립의 선도국이 될 수 있는 우수한 역량을 갖고 있다.

실제로 국내 조선·해운산업은 친환경 스마트선박과 자율운항선박, 저탄소형 LNG(액화천연가스) 연료 추진 선박, 무탄소형 암모니아·수소 추진 선박 등 경쟁력 있고 친환경적인 선박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통해 해운시장에서 지속적인 혁신성장이 기대된다. 또한 해양 디지털화에 대응할 자율지능 운송과 운항 선박 통합기술 개발, 해상교통 안전 종합관리 시스템 인프라 구축도 진행 중이다.

IMO와 EU가 강력히 추진 중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앞으로 선박 연료의 다변화가 불가피하다. LNG, 암모니아, 수소 등에 이르는 액산 또는 가스 분사형 친환경 연료 사용이 대세를 이룰 것이다. 이 때문에 무탄소 연료나 혼합 연소 추진 기술과 하이브리드 추진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조선·해운업 자체 노력과 산·학·연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와 연계된 연료 공급장치, 부가장치, 저장장치는 사용 연료의 분사 압력과 온도, 저장 탱크 크기와 재질 등이 기존 연료와는 매우 다른 기술적 특성과 새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이에 맞춘 신기술 개발과 국산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조기에 갖추는 게 중요하다.

또한 세계 조선·해운 분야는 4차 산업혁명 추세 속에서 디지털화와 탈중앙화로도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사이버 데이터양의 절대적 증가로 중앙관제에서 벗어나 각자가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 바람에 조선·해운·물류로 통합되는 디지털 데이터의 보안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사이버 보안 플랫폼 혁신기술 개발과 보안 전문인력 양성도 산·학·연 협력과 융복합 체계로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다.

지금은 탄소중립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 된 시대다. 이에 따라 세계 해운시장의 친환경 선박 수요는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 모든 상황에 국내 해운사들이 적극 대응해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환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에 정부의 금융 지원이나 세제 감면 등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와 시장 선점을 위해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다. 세계와 격차를 크게 벌려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데 노력할 때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조선·해운업의 탄소중립 실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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