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정부군에 “투항하라”… 아프간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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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있는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출발 터미널로 승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아프간 카불에서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대공세로 서방국 관료들과 주민들의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아프간에서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수도 진입을 앞두고 정부군에 투항을 요구했다. 패닉에 빠진 현지인들은 유일한 탈출구인 공항에 몰려드는 등 아프간 ‘엑소더스’(대탈출)가 가속화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날 카불 진입을 앞두고 “카불을 무력으로 점령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이날 카불 진입을 시작했다는 외신 보도가 쏟아지는 가운데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AFP통신은 탈레반 대변인을 통해 “탈레반이 조직원들에게 카불 관문에서 대기하고 입성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측 관계자는 “무고한 민간인이 한 명이라도 죽거나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렇다고 정전을 선언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 카불 제외한 전 지역 점령
“무고한 시민 사상 원치 않는다”
해외 탈출 인파 공항으로 몰려
미국 등 자국민 대피 작전 속도

미국 언론 등은 탈레반의 성명과 다르게 며칠 내 카불을 무력으로 장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탈레반은 12일 카불 남서쪽 가즈니(가즈니주 주도)에 이어 다음 날 로가르주의 주도 풀-이-알람을 장악했다. 전날에는 카불 남쪽 11km 지점에서 정부군과 전투를 벌이며 카불을 제외한 아프간 전 지역을 점령했다.

탈레반의 카불 진입에 현재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는 재력가를 중심으로 해외로 탈출하기 위한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아리아나 아프간 항공, 캄 에어 등 현지 항공사의 국제선 항공편은 이미 다음 주까지 예약이 찬 상황이다. 몰려드는 인파로 표를 구하더라도 공항 안에 들어가려면 3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 현지에서는 급속도로 악화되는 상황에 달러 사재기와 현금 인출 행렬도 잇따르고 있다. 아프간 톨로뉴스는 전날 카불 주민들이 은행이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은행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영국과 미국 등 서방국들도 자국민의 대피 작전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14일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주아프간 영국 로리 브리스토 대사는 기존 계획를 당겨 16일 오후 전까지 아프간에서 탈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도 아프간 카불 주재 대사관 외교관들의 철수를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특히 미국은 대사관 직원 등의 대피를 돕기 위해 5000명의 병력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이 임무를 방해할 경우 군사적 대응에 나선다고 경고했지만, 이달 말까지 미군 철수를 완료하겠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이승훈 기자·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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