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80대 마라토너 남정조 씨, 풀코스1000회 완주하며 지구 한바퀴 달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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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조 회장 마라톤 풀코스 1000회 완주. 남정조 회장 마라톤 풀코스 1000회 완주.

"처음엔 10km 단축 코스부터 시작했지요. 하프 코스를 주로 달리고 있었는데 풀코스가 낫다고 주변 사람이 권했습니다. 그래서 풀코스(42.195km)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일흔 나이에 마라톤을 시작한 남정조(80) (주)태성 회장은 입문 10년이 채 되기도 전에 한국에서도 십여 명만 성취한 마라톤 풀코스 1000회(4만 2195km)를 달성했다.


2012년 첫 도전, 이달 목표 달성

지구 한 바퀴인 4만㎞ 넘게 달려

뉴욕마라톤 등 유수 대회 두루 참가

9일간 12회 완주 등 극한 도전도


2012년 10월 27일 제271회 대구금호강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 도전을 시작해서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열린 부산갈매기 전국마라톤대회에서 지구 한바퀴(약 4만km)가 넘는 1000회 완주를 마무리 지었다.

마라토너 남정조 회장. 마라토너 남정조 회장.

"계속 달릴 겁니다. 목표는 달성했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뛸 겁니다." 남 회장은 마라톤을 평생 친구로 삼겠다고 말했다. 남 회장의 마라톤 입문은 영화사를 운영하다가 사업이 어려워지자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조깅을 한 것이 시작이다. "마라톤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루에 2~3시간은 꼭 러닝머신을 합니다. 풀코스를 뛰기 위해 그에 맞는 영양 섭취도 체계적으로 해야 합니다."

마라토너 남정조 회장. 마라토너 남정조 회장.

남 회장은 1000회 완주를 하면서 전국은 물론 세계 유명 대회에도 참가했다. 특히 세계 6대 메이저 마라톤대회라는 일본 도쿄마라톤, 미국 보스턴마라톤, 시카고 마라톤, 뉴욕 마라톤, 영국 런던마라톤, 독일 베를린마라톤에 빠짐없이 참가했다. 기록도 좋았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참가한 2019년 런던마라톤에서 사고가 있었다 30km 달렸을 때 다리에 쥐가 나서 기권한 것이다. "처음에 이를 악물고 뛰었죠. 중간엔 공사장에서 나무 하나를 주워 들고 지팡이 삼아 뛰었던가 봅니다. 현지 텔레비전에 그 장면이 나왔다고 방송을 본 친구가 나중에 알려주더라고요." 남 회장은 결국 대회 중간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 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창궐해 해외 마라톤은 참가할 수 없게 됐다.

"아쉽지만, 또 기회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체력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죠." 남 회장은 런던마라톤에서 아픔을 겪었지만, 1000회 완주를 이루는 동안 9일간 풀코스 12회, 5일간 9회 완주라는 극한 도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라토너 남정조 회장. 마라토너 남정조 회장.

제주에서 매년 열리는 4·3기념 전마협 제주 4Full 마라톤대회는 그가 기록을 단축할 좋은 기회였다. 나흘 동안 제주를 일주하며 4번의 풀코스를 치루는 대회인데, 남 회장은 어쩌다 보니 최고령이어서 대회 마지막 날 케이크절단식에 매번 불려 나가곤 했다고 웃었다. 기록도 좋아서 한번은 1회 4시간 3분 40초, 2회 4시간 5분 46초, 3회 4시간 9초, 4회 3시간 59분으로 나흘째 오히려 기록이 향상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2015년 7월 부산 태종대 혹서기마라톤대회에서 333회를 달성했고, 2017년 9월 베를린마라톤에서 700회 완주, 2018년 2월 전북 정읍동학마라톤대회에서 800회 풀코스를 달성한 남 회장은 2016년과 2017년엔 합천벚꽃마라톤 대회에서 연이어 연령대 우승을 하는 기록도 세웠다.


마라토너 남정조 회장. 마라토너 남정조 회장.

그는 별도의 소속 단체 없이 '유림'이란 두 글자가 적힌 옷을 입고 달린다. "어느 운동이나 마찬가지지만, 대기록을 세우는 데는 비용이 듭니다. 유림건설 김양수 회장이 후원자로 나서 주는 바람에 도움을 받아 계속 달릴 수 있었지요." 남 회장은 인간사가 그렇듯 마라톤도 혼자 달리지만, 결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고 했다. 그의 1000회 완주를 기념하기 위해 '남정조를 사랑하는 매니아' 그룹이 도자기 기념품을 보내왔다. 거기엔 대한민국 마라톤 풀코스 1000회 완주자 13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제 남정조 회장의 이름이 다음 완주자를 위한 기념패에 새겨질 차례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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