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프간 피란민 수용 플랜B, 한국 미군기지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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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대피해 미국 버지니아주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9개월 된 아기를 가족들이 안아 주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해외 미군기지에 아프가니스탄 피란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아프간 내 대규모 탈출 행렬로 기존 수용처들의 과밀이 우려되자 이같은 대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리들은 “카타르, 바레인, 독일에 있는 미군기지가 아프간 피란민들로 과밀 상태에 이르자 이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른 국가의 미군기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국방부가 ‘플랜 B’로 고려하고 있는 장소는 미국 내 버지니아주 포트 피켓, 인디애나주 캠프 애터베리, 캘리포니아주 캠프 헌터 리겟이며, 미국 밖으로는 일본, 한국,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 내 미군기지라고 이들 관리는 말했다.

예상 넘는 대규모 탈출 행렬에
미 국방부, 추가 수용처 모색
주한미군 “아직 지시받지 못해
임무 수행 땐 한국 정부와 협력”

미 국방부는 이날 한 브리핑을 통해 지난 한 주간 미국인 2500명 등 1만 7000명을 카불에서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WSJ은 미국이 피란민 수용으로 혼잡해진 카타르, 바레인, 독일 기지에 민항기까지 투입해 2차 수송, 대피 작전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국외 자국 시설로까지 눈을 돌리는 것은 아프간 내 탈출 대란에도 불구하고 난민 수용에 대한 다른 국가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내 주요국은 자국 내 극우세력이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난민 수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리스는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터키와의 국경에 40km 길이의 장벽과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21일 BBC가 전했다.

아프간에서는 현재 지방경찰청장이 기관총에 처형당하는 영상이 SNS에 퍼지고, 인도인 등 외국인 150명이 탈레반으로부터 억류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극도의 공포감이 조성되면서 난민 탈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21일 미국과 독일은 탈레반 통제가 심해지고 있다며 자국민에게 카불 공항으로의 이동 금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한국이 아프간 피란민 수용지로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주한미군사령부는 “아직 지시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리 피터스 대변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은 현재까지 아프간에서 출국하는 사람들에게 임시숙소나 다른 지원을 제공하라는 임무 지시를 하달받은 바 없다”면서 “임무 수행 지시가 내려지면 강력한 연합 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 국무·국방부, 한국 정부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주변국들은 난민 문제와 함께 테러리스트 유입도 우려하고 있다. 22일 홍콩 사우나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북부 접경국인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을 통해 테러리스트가 유입될 수 있어 효과적인 차단책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도 탈레반이 풀어준 죄수 수백 명 중 과거 테러를 저지른 조직 출신이 있다며 긴급 대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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