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견 건설사, 대우조선 산하 ‘거제대학’ 인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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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마지막 남은 학교법인 운영에서 손을 떼기로 한 가운데 부산지역 중견 건설업체가 운영권 인수 협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개발이 경남에서 교육사업을 활발히 전개하는 가운데, 또 다른 부산 건설사의 교육사업 참여로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거제에서는 지역 유일 고등교육기관의 주인이 바뀐다는 소식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협의 마무리 단계, 연내 결론
‘200억 재단 기부’ 성사 가능성
학교 4곳 운영 동원개발이어
부산 건설사들 교육 참여 ‘주목’

22일 취재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부산지역 A건설사와 학교법인 세영학원 소유권 양도·양수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A사가 200억 원을 세영학원에 기부하고 법인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회 임명권을 갖는 방식이다. 이미 현장실사까지 마쳤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달 중 이사회에 해당 안건을 상정해 양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계획대로라면 연내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다.

세영학원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이 거제대 운영을 위해 창립한 법인이다. 현재 거제대와 거제국제외국인학교(ISK)를 맡고 있다.

거제대는 지역 유일 고등교육기관이다. 옛 대우그룹 시절인 1990년 3월, 학교법인 대우학원이 개교한 거제전문대학을 모체로 한다. 당시 대우조선 내 건물을 임차해 2년제로 출발했다.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1996년 2월 현 장승포동에 학사를 신축, 이전했다. 그런데 대우그룹 해체로 지원이 끊겼고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자, 대우조선해양이 대우학원으로부터 증여받아 운영해 왔다. ISK는 대우조선이 자사에 선박 건조를 의뢰한 선주사 측 외국인 직원 자녀를 위해 만든 교육 시설이다. 1975년 사내 학교 부서로 시작해 2013년부터 세영학원 산하로 들어왔다.

대우조선해양은 2곳에 학사 운영비로 지금까지 448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조선경기 장기 불황으로 회사가 최악의 경영 위기를 겪으면서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학교 운영비 지원은 기부 성격인 만큼 업무상배임행위가 될 수 있다는 내부 법률 검토까지 나왔다.

결국 대우조선은 2018년부터 운영을 책임질 새 주인을 찾아 나섰다. 지난해 1월 부영그룹이 인수 의사를 비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현대중공업과의 합병 이슈와 맞물려 지지부진하다 끝내 무산됐다.

이번엔 성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A사는 부산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견 건설업체로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해 소외 계층 돕기에 앞장설 만큼 사회공헌에 적극적이다. 거제대 인수도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순수한 후원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평소 교육사업에 애착이 많았던 창업주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A사 관계자는 “(인수 의향을 밝힌)다른 기업들도 몇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검토 단계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를 놓고 지역사회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지역대학 소멸 위기 속에 생존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채권단 눈치를 봐야 했던 대우조선과 달리, 모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의 또 다른 중견 건설사인 동원개발은 동원중·고교(옛 통영동중·통영상고), 울산고, 동원과학기술대(옛 양산대)를 인수해 명문 사학으로 발돋움시켰다. 게다가 A사가 기부할 200억 원은 오롯이 학교법인 몫으로, 재투자 재원이 된다. 학교 측은 이를 통해 학사 운영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우조선해양도 각종 연구과제 수행과 직원교육 등 그동안 시행해 온 연계사업과 간접 지원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도 버거운 대학 운영을 지역 건설사가 감당해 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거제시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지역사회의 공감대 형성’을 강조하며 “대우조선해양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시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 해도 경영 정상화라는 자본 논리만 앞세우며 지역사회와 아무런 소통 없이 거제대를 넘겨선 안 된다”면서 “거제대 발전 비전을 충분히 제시하고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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