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멍 때리기와 창의성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윤정진 동명대 유아교육과교수 창의인성연구소 소장

찰스 다윈은 하루 세 번 90분씩 일했고, 나머지 시간에는 긴 산책을 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상념에 잠겼다. 베토벤은 오후마다 장시간 산책을 하고 선술집에 들러 신문을 읽는 일상을 즐겼다. 아인슈타인은 가끔 쪽배를 타고 홀로 먼 바다로 나갔다 돌아오곤 했다.

위 사례는 인생과 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위인들이 그들의 일상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는 큰 원동력이 휴식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멍 때리면서 휴식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생산성과 효율, 행복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주목받으면서 최근 멍 때림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멍 때리기 대회’까지 열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하자’는 것이 대회의 목적이다. 대회 규칙은 간단하다. 3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몇 가지 행동만 하지 않으면 된다. 핸드폰 통화는 물론이고 핸드폰 검색도 안 된다. 독서도 금지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멍 때리기는 우리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까? 우선 우리의 몸과 마음이 휴식 모드로 들어간다. 쉼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활력을 되찾아 준다. 그런데, 효과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 활력을 되찾아 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멍 때리는 상태에서의 지루함과 단조로움이 창의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우리의 뇌에는 멍 때리거나 딴 생각을 할 때 유난히 활성화되는 부위가 있다. 그것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라고 하는데, 이곳은 사회성과 감정의 처리, 자아 성찰, 창의성을 연결시켜주는 두뇌 회로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집중상태에 있을 때는 연결하지 못했던 뇌의 각 부위를 연결하여 기억을 통합하고 사회성을 기르거나 감정 처리, 창의성을 발휘하게 된다.

연구자들은 디폴트 모드 네티워크의 활성화, 집중하지 않는 시간과 마음의 방랑, 인간이 멍 때림과 딴 생각을 통해 어떻게 타인과 공감하는지 등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하면서 우리의 뇌를 조율 하게하는 멍 때리기 가치에 집중한다.

최근에 안산 선수의 인터뷰가 화제다. “쫄지말고 대충 쏴.” 그녀가 대충 마음을 놓기까지 얼마나 대충 하지 못하고 절박하게 최선을 다한 지난 세월이 있었는지를 역으로 유추할 수 있다. 우리 앞에 매일 버티고 있는 바로바로 처리해야 할 과부하 걸린 일상의 업무에서도 쫄지 않을려면 힘을 빼고 긴장없이 이완되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에게 쉼을 줄 수 있는 멍 때리는 작업할 것을 권한다. 적당한 긴장은 늘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지만, 쫄지 않고 힘을 뺄 때 몰입과 창의성과 생산성이 훨씬 잘 발휘되기 때문이다.

쫄지 않고 중압감 없이 행복하고 생산적인 삶을 사는 비결, 인생을 만끽하면서도 찬란한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 멍 때리기이다. 이는 단지 한참을 계획하고 작심해서 며칠 휴가를 내고 찾아간 자연 앞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는 일을 의미하지 않는다. 바쁜 일상에서도 작은 순간에 유념해서 그 순간을 소소한 기쁨으로 채우는 일도 포함된다. 바쁘고 분주한 매일이지만 올려다 본 하늘의 구름에 멍 때리면서 내면의 에너지를 얻는 것, 더운 여름 매미소리에 잠깐 멍 때리면서 활력을 찾을 일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