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급변하는 영상콘텐츠 산업…부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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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문화부장

30년 간극이 있지만 현실은 영화의 완벽한 ‘데자뷔’였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지난 15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20년 만에 다시 점령한 뒤 일어나는 상황은 최근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에 나온 장면들과 너무 흡사했다. 영화의 배경은 한국이 유엔 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시기였던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다. 영화는 소말리아 내전으로 고립된 남북한 대사관 직원과 가족의 생사를 건 탈출기를 그렸다.

지금 아프가니스탄 풍경은 긴박했고 안타까웠던 30년 전 모가디슈 상황의 판박이다.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시민들이 미군 수송기 트랩 위를 필사적으로 기어오르고, 아프가니스탄인 640여 명이 대형수송기에 발 디딜 틈 없이 앉아 있는 모습은 정치 불안 속에 국민들만 고통받는 허망한 역사의 반복을 상징한다.

한국영화 ‘모가디슈’ ‘싱크홀’ 흥행
코로나 이후 극장가 모처럼 활기

OTT 중심으로 투자의 축 이동
촬영 스튜디오 수요도 급증

부산촬영소 건립 등 인프라 확충
지역 제작사 대상 지원 늘려야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대사는 탈레반이 대사관에 20분 떨어진 곳까지 진입한 가운데 가까스로 탈출했던 당시 긴박한 상황에 대해 “영화에서 보던 전쟁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영화 ‘모가디슈’에서도 남북한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이 쿠데타에 성공한 소말리아 반군에게 피해를 보는 장면과 반군의 총격 위협을 받으면서 극적으로 공항에 도착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과 현재진행형인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동시에 자각하게 한다.

탄탄한 스토리, 압도적인 스케일의 촬영, 배우들의 멋진 연기에 화제성이 가미되면서 지난달 28일 개봉한 ‘모가디슈’는 21일 기준 관객 수 269만 명을 기록하며 올해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이 됐다. 11일 개봉한 영화 ‘싱크홀’도 21일 기준 관객 수 152만 명을 기록하고 영화 ‘인질’도 18일 개봉 첫날부터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모처럼 한국영화가 흥행을 이끌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영화 흥행은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영화 흥행 성적은 저조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산업 상반기 결산에 따르면 올 상반기 흥행작 10편 중 한국영화는 ‘발신제한’ ‘미션 파서블’ 두 편에 불과했다. 1인당 영화 관람 횟수도 2019년 4.37회에서 2020년 1.15회로 격감했다.

코로나19로 극장 산업은 시련을 겪는 반면, 영상콘텐츠 산업의 파이는 점점 커지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영화 투자배급사들도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시리즈 제작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배급사는 극장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기며 콘텐츠 성격에 맞게 상영 플랫폼을 선택한다. 영상콘텐츠 산업 패러다임 급변에 따른 인식 변화와 투자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발달로 영상 콘텐츠 투자의 축이 극장에서 OTT로 옮겨가고 있다. OTT 시장 확대로 제작 편수가 늘어나면서 촬영 스튜디오 수요 증가도 두드러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실내 스튜디오와 오픈 스튜디오(야외 세트장)를 함께 지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달 1일 아시아 최대 규모의 최신식 버추얼 실내 스튜디오인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이 경기도 하남에 문을 열었다. 이들은 내년에 서울 근교에 8만㎡ 규모의 종합 스튜디오도 건립한다. 여기엔 대형 버추얼 스튜디오 세 동, 실내 스튜디오 여덟 동, 실외 스튜디오가 들어선다. 실내·야외를 모두 갖춘 전주영화종합촬영소도 최근 시비 430억 원을 들여 영화 ‘기생충’ 저택 세트장을 복원하고 시대별 야외 스튜디오를 2026년까지 추가로 짓는다고 한다.

‘영화 도시’인 부산에는 현재 오픈 스튜디오가 한 곳도 없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위탁 운영 중인 부산 해운대구의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실내 두 동이 전부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기장군 도예촌 부지에 부산촬영소(실내 3동과 오픈 스튜디오)를 2023년까지 1차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부산시와 영진위가 협력해 부산촬영소 건립을 조속히 추진하고 오픈 스튜디오 유치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 외에도 부산 영화·영상 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영화시장과 달리 OTT 시장에는 ‘그들만의 리그’가 없어 소규모 독립제작사가 대부분인 부산 영상콘텐츠 제작사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영화 산업 진흥을 위해 부산시가 부산지역 제작사를 대상으로 제작 지원금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최와 매력적인 영화 촬영 도시로 자리 잡은 부산이 ‘영화 도시’로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산시가 급변하는 영상콘텐츠 산업 패러다임에 맞게 지원 정책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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