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언론중재법 개정안 입법 독주 그만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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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장악법’으로 불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지난주 국회 문체위 문턱을 넘어선 데 이어 24일 법사위, 25일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할 태세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극렬한 반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최대 90일간 숙의 기간을 갖고 협의토록 한 안건조정위에 여당 2중대로 알려진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문체위) 등을 야당 몫으로 배정하는 ‘알박기’ 꼼수까지 동원했다. 여당은 원 구성 합의로 야당에 일부 상임위원장 자리를 넘겨주기 전에 강행처리 하겠다는 입장이다. 여당의 입법 독주는 ‘협치와 합의’라는 국회 정신과 정치 정상화 기대를 공염불로 만들었다. 개정안은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언론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언론개혁 취지 실종, 갈등만 양산
국민적 합의·공론화 과정 거쳐야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야당은 물론이고 한국기자협회·신문협회 및 외신기자협회 등 언론단체와 언론학계도 ‘언론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이사회는 20일 성명을 통해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SFCC 이사회는 “대한민국이 쌓아 올린 국제적 이미지와 자유로운 언론 환경이 후퇴하게 될 위험에 빠지게 됐다”라고 경고했다. 국제기자연맹(IFJ)과 ‘국경 없는 기자회’ 등도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언론에 족쇄를 씌우기 위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칫 선거에 유리한 언론 환경을 만든다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자’는 애초의 ‘언론 개혁’ 명분은 온데간데없고, 소모적 갈등으로 국론분열만 가중시키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27일 문체위 소위를 여당 단독으로 통과한 이 법안은 23일 만에 벌써 세 차례나 땜질식으로 수정해 졸속 입법임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고의·중과실 추정 등 독소조항이 여전히 많아 권력의 감시라는 언론 기능을 훼손시킬 우려가 높다. 힘으로 개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법안의 절차적 정당성 자체가 훼손돼 국민적 지지를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이 이런 우려를 무시하고 ‘언론족쇄법’을 강행 처리한다면 민주주의 핵심 기반인 언론자유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오죽하면 정의당조차 “언론을 정권의 홍보 매체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냐”라며 반대하고,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과도하다”고 혀를 내두르겠는가. 징벌적 소송이 남발되는 상황에서 언론이 ‘살아있는 권력’과 자본의 부패와 비리 보도에 위축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 피해는 대다수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여당은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개정안을 전면 철회하고,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언론 자유를 침해하려는 시도는 독재국가에서나 꿈꿀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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