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목적 겹치고 내용도 비슷… 부산시 R&D 사업 ‘복붙’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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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TEP ‘투자효율화 연구’ 보고서

부산시청 로비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청 로비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가 수행하는 R&D(연구개발) 사업의 상당 부분이 타 사업과 유사하거나 일부 중복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은 23일 ‘유사 중복성 분석을 통한 부산 R&D 사업의 투자효율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BISTEP이 2019~2021년 유사·중복 검토 대상 73개 부산시 R&D 사업을 분석한 결과 51개(70%)는 사업목적에서, 54개(74%)는 사업내용에서, 63개(86%)는 지원분야에서, 49개(67%)는 지원대상에서 타 사업과 유사하거나 일부 중복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분석 대상이 된 73개 R&D 사업은 예산 배분·조정 대상, 시비 지원 타당성조사 대상(신규) 사업 등 유사·중복 가능성이 있는 부산시 R&D 사업 109건 중 기관지원사업 등을 뺀 사업들이다.

지난 2년간 사업 73개 분석

목적에서 70% 내용에서 63%

타 사업과 유사·중복 가능성

예산 등 제출양식 대폭 수정 필요

정책·사업 컨트롤 위원회 제안도

BISTEP은 “부산시의 R&D 예산이 확대되는 등 지속적인 양적 성장에도 지역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와 성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기초-응용-개발-사업화 등으로 이어지는 연구개발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사업 중첩으로 인해 연구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실제 부산시의 R&D 투자규모는 국비, 시비를 합쳐 2013년 9600억 원이던 것이 2017년에는 1조 4000억 원으로 증가하는 등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이러한 양적 성장에도 부산시 R&D 역량은 전국 7위권(2018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머물러 있다.

BISTEP은 보고서에서 부산시 R&D 사업을 13개 사업군으로 분류해 꼼꼼히 분석했다. 이번 연구보고서의 분량만 무려 307쪽에 이른다.

연구책임자인 이종률 BISTEP 책임연구원은 “개별 사업 담당자 입장에서 보면 일부라 해도 유사·중복성 부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유사·중복성을 좀 더 꼼꼼히 따져 보고 예산을 투입하자는 차원의 분석”이라고 설명한 뒤 “지자체 R&D 사업 전반의 유사·중복성 분석은 전국 처음으로 시도됐지만, 정부나 다른 지자체 R&D 사업도 뜯어보면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앞으로는 R&D 사업 간 유사·중복성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사업 개요서나 예산 요구서 등의 제출양식을 대폭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인력양성사업이 개별적으로 사업화돼 있는 것과 관련해, 유사사업 간 조정을 통해 일원화하거나 연구개발사업의 일부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사업 공지와 예산 편성에 관한 이력관리와 빈번한 사업 나누기 행태에 대한 추가 논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무엇보다 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정책과 사업을 종합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위원회를 설치해 유사·중복과 충돌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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