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월 ‘스팩’ 광풍, 시세조작 세력 개입 정황 확인”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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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 17종목 감시 결과 발표

25일 삼성머스트스팩5호와 삼성스팩4호 등 일부 스팩 종목이 특별한 호재 없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장 마감 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25일 삼성머스트스팩5호와 삼성스팩4호 등 일부 스팩 종목이 특별한 호재 없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장 마감 후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5~6월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스팩 광풍’의 원인이 시세조작 세력에 의한 이른바 ‘작전’의 결과라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시장감시기관이 이같은 내용의 스팩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감시 결과를 발표한 당일에도 일부 스팩들은 이유 없이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5~6월 중 주가 상승이 과도했던 스팩 17종목을 대상으로 기획감시를 실시한 결과, 이중 7개 종목에서 불공정거래 혐의사항이 발견돼 거래소 심리부에 심리를 의뢰했다고 25일 밝혔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은 비상장 기업과의 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다. 실제 사업이 없고 오로지 인수·합병만을 위해 존재하다보니 합병 소식이 있기 전까지는 주가 움직임이 미미한 게 정상이다. 그러나 올 들어 많은 스팩의 주가가 특별한 호재 없이 급등하며 ‘스팩 광풍’을 불렀다.


7종목 불공정거래 혐의 포착

“예상가 높인 후 주문 취소

연결계좌로 호가 주문 반복”

심리 후 관계기관 통보 예정

‘묻지마 급등’ 스팩 요주의


거래소는 이처럼 이유 없이 급등한 스팩의 거래 과정을 살펴본 결과, 의심스러운 거래 형태로 크게 두 가지 유형을 발견했다.

우선 변동성 완화장치(VI) 발동에 따른 단일가매매 시간(2분) 중 일부러 높은 가격의 대량 매수 주문을 제출해 다른 투자자들까지 높은 가격에 따라오게 만드는 사례가 많았다. 그렇게 예상가를 높인 후 VI 종료 직전 주문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본인들은 매매도 하지 않으면서 주가 상승만을 유도했다. 실제로 5~6월 당시 급등한 스팩에서 VI 단일가 시간대 대규모 매수 주문을 낸 주요 계좌들의 평균 매수 체결율은 0~5% 수준에 불과했다.

이와 함께 혐의 종목들의 거래 중 1주씩 매수·매도 호가 주문을 반복 체결시키며 과도한 양방향 시세에 관여한 연계 계좌군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들 계좌는 서로 역할을 분담해 A계좌가 1주씩 시장가격으로 매수·매도를 반복하며 시장가를 유지하는 동안, B계좌는 대량의 주식을 시장가로 매도해 차익을 실현했다.

거래소는 이번 심리 의뢰 건들에 대해 심리 진행 후 관계기관에 조속히 통보할 예정이다. 또한 주가급등 종목에서 반복적으로 시세에 관여하는 계좌는 집중적인 예방조치를 실시키로 했다. 불공정거래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계좌에 대해서는 해당 회원사에 수탁관리 강화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방침이다. 조치는 유선경고, 서면경고, 수탁거부예고, 수탁거부 단계로 이뤄진다.

한편 거래소의 감시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스팩의 ‘묻지마 급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5일 삼성머스트스팩5호와 삼성스팩4호는 상한가로 장을 마쳤다. SK5호스팩은 9.09% 급등했고, 한화플러스제2호는 7.79% 올랐다. 업계에서는 이들 스팩의 주가 역시 앞선 여러 스팩들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이유 없이 오르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합병대상 기업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도 주가가 급등한 스팩은 이후 주가 급락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VI 단일가 시간대 예상가 급변 종목 및 단주 매수·매도 체결이 과도하게 반복하는 종목도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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