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번지르르한 건물만 짓고 끝나는 부산 청년창업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청년창업 시설들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전국적 현상이다. 그러잖아도 코로나19 재난으로 힘든 판국에 청년창업을 돕는다고 만든 시설들이 되레 청년들의 희망을 뺏고 실패와 좌절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부산 남구청이 추진했던 ‘이기대 청춘열차’가 최근 철거될 운명에 처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인데, 부산의 다른 청년창업 시설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한다. 일단 건물 먼저 짓고 보자는 식의 ‘겉치레 행정’이 빚어낸 참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동안 지자체의 부실한 사후 관리에 대해 수도 없이 지적해 왔는데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정부·지자체 문만 열고 나몰라라
콘텐츠·판로 개척 후속 지원 절실

국비 1억 2500만 원이 들어간 이기대 청춘열차는 2018년 문을 열었으나 몇몇 업체들이 개점 후 한 달도 안 돼 떠나는 등 잦은 업종 교체를 빚다가 2020년에 모든 점포가 비고 말았다. 관할 남구청이 부지 임차 시한인 지난달까지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자 결국 매각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청년창업 시설의 이런 몰락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조짐을 드러내고 있었다. 2018년 정부와 부산시가 15억 원을 투입한 중구 국제시장 청년몰이 1년 반 만에 철거에 들어간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입점 점포들이 줄줄이 폐업하고 청년들이 빚만 안은 채 길거리로 내몰렸다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사태는 전국 전통시장과 상가의 청년몰 점포 4개 중 1개꼴로 문을 닫을 정도로 현재 국내 상황 전반에 걸쳐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막대한 세금을 들인 청년 시설의 점포들이 창업 초기에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넘기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지자체들이 건물만 지어 놓고는 판로 개척이나 마케팅·컨설팅 교육 등 시설 유지·관리를 위한 지원에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층을 공략할 콘텐츠가 빈약하니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는 것은 당연지사다. 기초지자체 차원이 아니라 부산시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상권 특성 분석이라든지 콘텐츠 개발과 마케팅 전략 방안들을 제시해 후속 지원을 이어 가야 한다. 단순히 예산 지원에만 만족할 일이 아니다.

청년창업 지원 사업은 당초 청년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패기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다. 이런 기대를 현실에서 이루려면 정부와 부산시가 사업의 중심을 잡고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어야 한다. 코로나19 재난이 겹쳐 경영난이 가중되는 마당에 청년창업을 마냥 개별 지자체에만 맡겨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청년들이 고향을 등지고 부산을 빠져나가는 지방소멸의 시대를 떨쳐 내기 위해서는, 청년창업이 실질적 성과를 내고 부산 경제의 살과 피가 될 수 있도록 부산시가 필사적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