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성격 급하고 무뚝뚝’… 굳어진 편견, 선입견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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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지방혐오 리포트] ③ 부산·서울 시민에게 물었더니

온라인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손쉽게 접하게 되는 지방혐오는 시민들의 의식 속으로 침투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지방혐오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며 직접 사용을 꺼린다고 답했지만, 다양한 경로로 혐오 표현에 노출돼 있었다. 특히 경상도에 대한 편견이 고착화돼 있었으며, 거주지에 대한 자긍심이 부족할수록 지방혐오 표현에 공감을 드러냈다.


본보·부경대 연구소 조사
혐오 자주 표현 비율 적지만
불쾌한 느낌 받은 경험 많아
지역 편견, 경상·충청·서울 순
응답자 60% “인터넷서 접해”
거주지 불만 클수록 혐오 공감



■혐오, 자주 접할수록 쉽게 사용

<부산일보>와 부경대 지방분권발전연구소는 지방혐오 표현의 실태와 이에 대한 시민 의식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8월 9~12일 서울시민 331명, 부산시민 325명 등 총 65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스스로 지방혐오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거나 주위에 차별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비교적 적었다. 하지만 지방혐오 표현을 경험한 사례는 앞선 응답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혐오·차별 표현으로 인한 불쾌감 비율도 높았다.

‘지역혐오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는 문장에 그렇다(‘약간 긍정’과 ‘매우 긍정’을 포괄)고 답한 이는 5.4%에 불과했으며, 그렇지 않다(‘약간 부정’과 ‘매우 부정’을 포괄)는 80.8%에 달했다. ‘출신지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물음에 긍정을 나타나낸 응답의 비율은 17.1%였다.

이에 비해 ‘지역혐오 표현을 평소 자주 접한다’고 응답한 이는 24.5%로 비교적 많았다. 지역혐오·차별 표현을 들으면 불쾌하다는 응답 역시 72.4%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부산대 임영호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혐오 표현을 경험할 때 ‘나는 이런 혐오에 휘둘리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느낀다”며 “하지만 누구나 혐오 표현을 자주 접하면 유사한 확률로 혐오와 차별을 내재화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교차분석을 시행한 결과 지방혐오를 자주 접하는 사람일수록 혐오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지방혐오 표현이 해당 지역과 지역민의 특성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혐오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또 20대(31.1%)와 30대(33.1%)가 50대(21.8%), 60대(13.4%)에 비해 지역혐오 표현을 자주 접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지역혐오 표현이 해당 지역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하거나 실제로 혐오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0, 60대가 높았다.



■“성격 급한 경상도” 편견 아직도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을 출신 지역으로 재단하는 규정짓기 행태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설문지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지방자치 이후 도시민 지역 편견의 범주화’(오관석, 2009) ‘암묵적 연합 검사에 의한 지역 편견의 측정’(홍영오·이훈구, 2001) 등 논문을 참고해 지역 평가 문장을 만들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경상도민에 대한 편견이 가장 보편화돼 있었다. ‘경상도 사람은 무뚝뚝하고 성격이 급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봤다고 응답한 사람은 67.2%에 달했다. 다음은 충청도였는데 ‘충청도 사람은 느리고 우유부단하다’는 말을 자주 들어본 사람은 62.2%였다. ‘지역 편견 표현이 해당 지역민에 대한 선입견에 영향을 미친다’는 문장에는 65.4%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응답자의 60.2%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지역 혐오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사회 내 익명 집단(50.9%)과 친구 등 또래 집단(24.5%)에서 이를 실제로 듣거나 공유했다고 응답했다.



■국토 불균형이 혐오 자초

지역민의 거주지에 대한 애착과 지방혐오 사이의 상관관계도 들여다봤다. 거주지에 대한 만족도는 부산과 서울시민이 유사했으나, 거주지에 대해 불편하거나 부끄럽다고 느낀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부산시민(14.8%)이 서울시민(9.7%)보다 다소 많았다. 그 이유에 대해 부산시민은 ‘문화적 수준이 떨어져서’(45.8%)라거나 ‘타 지역 사람들이 내가 사는 지역을 낮춰 보는 것 같아서(27.1%)’, ‘경제적으로 낙후돼서(16.7%)’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거주지에 불만을 느낄수록 지방혐오 표현에 공감을 보였다. 거주지에 불만이 있다고 응답한 이의 35.3%가 지방혐오 표현이 해당 지역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고 답해 부정적 응답(23%)보다 많았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박재율 상임대표는 “지역민이 삶터 자긍심을 잃고 ‘탈지방’화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는 수도권이 모든 걸 빨아당기는 사회경제적 토대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안준영·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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