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정이냐 숙의냐… 여야 극한 대치 속 막판 협상 또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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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현안관련 긴급보고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왼쪽). 이날 정의당 여영국 대표 등도 국회에서 언론중재법과 종부세 개정안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종호 기자 kimjh@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을 예고한 30일 이를 저지하려는 야권과 막판까지 내부 신중론을 설득시켜 강행 처리하려는 여당의 대치가 극에 달했다.

야권은 민주당의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여론전에 사활을 걸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언론의 일부 문제를 침소봉대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면서 “본인들은 더 문제가 있는 사설정보지나 유튜브 방송을 좋아한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현안 관련 긴급보고회를 열고 소속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언론중재법에 대한 규탄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토론이 성립될 수 있는 전제조건은 민주당이 불합리한 방법으로 이 법안을 강행 처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여권이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나설 경우 이날 밤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의 TV 토론을 취소하겠다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민주, 30일 확고한 처리 방침에
국힘, 여론전 펴며 규탄 이어가
이준석 “토론회 취소할 수도” 강수
정의당도 ‘악법 규탄’ 기자회견
원내대표 협상 또 ‘평행선’ 달려
여 내부서도 강행 vs 신중 ‘팽팽’
9월 정기국회 재추진 조짐 감지

국민의힘 대권주자들도 가세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반대 범국민 필리버스터’에 참석해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자유가 위협받고 있다. 국민은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데 대체 무엇이 그리 급하고 두려운지 ‘사람이 먼저’라던 문재인 정권이 사람의 입을 막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쟁자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청와대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범진보 정당인 정의당도 이날 ‘8월 임시국회 악법 처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언론위축법’이 될 수도 있다는 야당, 시민단체, 언론계 당사자, 학계의 우려를 모두 ‘패싱’한 채 홀로 입법 폭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야권과 언론계, 시민단체 등의 반발을 의식한 듯 지도부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비공개 최고위원회 등을 열고 내부 논의를 이어갔다. 오후에는 의원총회를 열어 개정안 처리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강행론과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의총은 당초 본회의 개회 예정시각이었던 오후 5시를 넘어서까지 진행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에 의총 도중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30분가량 1차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협상 과정에서 윤 원내대표는 개정안을 포함해 20개 법안을 전부 처리해 달라고 주장한 반면 김 원내대표는 개정안 주요 조항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후 양당은 본회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진통을 거듭했다.

이처럼 그동안 민주당이 8월 국회 내 언론중재법 처리를 여러 차례 공언해 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9월 정기국회에서 다시 추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도부의 강행 처리 의지까지 꺾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처리 시점만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당초 ‘데드라인’으로 정했던 8월 처리가 물 건너간 만큼 정국 파행과 여론의 역풍을 감안해 법안 상정을 미루고 냉각기를 갖자는 당내 의견이 새어 나오는 점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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