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경선버스 출발부터 ‘역선택 룰의 전쟁’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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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후보 등록과 함께 출발한 국민의힘 경선버스가 시작부터 ‘룰 전쟁’으로 내홍에 휩싸인 모습이다. 쟁점은 여론조사 대상에서 여권 지지층을 배제하는 ‘역선택 방지’를 포함시킬지 여부다. 이를 두고 주요 대권주자들도 정확히 반으로 쪼개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영입 주자’들은 역선택 방지에 찬성하지만,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은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찬성, 하태경 의원은 반대 입장을 보이는 상황이다.

경선 여론조사 ‘여권 지지층 배제’ 싸고
윤석열·최재형 vs 홍준표·유승민 격돌
유승민은 선관위 공정성 논란까지 제기
정홍원 “중립적 입장서 원점 재검토”

앞서 서병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 경선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여론조사 샘플을 충분히 확보하면 상대 당 지지층 일부의 역선택이 실제 있다고 해도 결과에는 영향을 거의 못 미친다고 보고 이를 넣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 역선택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례로 30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범보수권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지난 27~28일,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52.2%,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4.2%의 선택을 받은 반면 홍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18.3%, 민주당 지지층에서 26.4%의 선택을 받았다. 이를 두고 윤 전 총장 측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이 본선에서 ‘약체’인 홍 의원을 전략적으로 밀고 있다고 해석한다. 최 전 원장 역시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5.3%, 민주당 지지층에게 2.3%의 지지를 얻은 반면,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7.8%, 민주당 지지층에게 18.4%의 지지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얼마 전 선거관리위원장에 임명된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경선 룰 문제에 대해 ‘원점 검토’ 입장을 밝히며 역선택 방지 조항에 열린 입장을 보인 것이 양측의 충돌을 격화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특이한 점은 1위 주자인 윤 전 총장도, 최근 2위로 올라선 홍 의원도 아닌 최 전 원장과 유 전 의원이 가장 격렬하게 찬반 논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유승민 캠프는 이날 정 위원장의 중립성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캠프의 이수희 대변인은 정 위원장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최재형, 김동연 세 사람 중 한 명을 지지하려 한다’고 밝힌 점을 들어 “정 위원장이 최고위 의결을 거친 경준위의 결정을 뒤집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역선택 방지를 찬성하는 최 전 원장 측은 “역선택 방지는 막강한 동원력을 가진 민주당 열성 지지자가 좌표를 찍고 경선 결과를 조작하는 걸 막자는 것”이라며 “유승민·홍준표 후보는 혹시 민주당 후보인가”라고 맞받았다. 윤 전 총장 캠프도 최근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에 대해 “민주당이 장난치는 것 아니냐”면서 역선택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고는 있지만, 윤 전 총장은 기본적으로 선관위 결정을 따르겠다며 최 전 원장에 비해서는 ‘여유’를 보이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층에게 우리 당 후보를 뽑는 투표권을 줄 수는 없다”며 역선택 방지를 강하게 주장한 홍 의원은 최근에는 “호남을 소외시킬 수 있는 역선택 방지는 큰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로 돌아섰다.

이와 관련, 정 위원장은 이날 역선택 방지 도입에 대해 “제 입장은 완전히 중립적”이라면서도 “경준위 안을 전부 다시 검토해서 가감하기도 하고, 다른 걸로 대체하기도 할 것”이라고 원점 검토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유 전 의원 측의 반발에 대해서도 “선수가 심판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로 부적절하다”며 불쾌감을 보였다. 이와 관련, 이준석 대표는 이날 “역선택 룰 등에 관해서는 최고위가 입장을 밝힐 계획도, 논의할 계획도 없다”며 공을 선관위로 넘겼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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