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심도 민원협의체’에 발 담그지 않는 동래구 ‘보신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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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구와 해운대구를 잇는 대심도 공사 민원을 중재하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민·관 합동 주민협의체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정작 관할 지자체인 동래구청은 반 년이 넘도록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주민 불만을 자초하고 있다.

비상탈출구 공사 현장 민원 발생
중재 위한 1차 민관 협의회 개최
동래구는 “공사 반대 성격” 불참
관할 구청 책임 방기에 주민 불만

부산시는 “내부순환 도시고속화도로 관련 비상탈출구 주민협의체(이하 협의체) 건의 안건을 검토 중”이라고 2일 밝혔다. 지난달 20일 열린 협의체 1차 회의에서는 공사소음 저감 대책 마련, 회의 정례화 등의 안건이 논의됐다. 이번 회의에는 박민성 부산시의원(더불어민주당, 동래구1), 부산시 도로시설팀장, 낙민동 주민 대표, 사업자인 GS건설 측 대표 등 12명이 참석했다.

이 협의체는 동래구 낙민동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도로공사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주민 대표, 사업자가 참여한다. 전국 최초로 시도(부산일보 1월 8일 자 8면 보도)되는 이번 협의체는 7개월 만에 첫 회의를 열었다.

2024년 완공이 목표인 대심도는 북구 만덕동에서 해운대구 재송동을 연결하는 지하 유료도로다. 민원이 발생한 곳은 동래구 낙민동 인근. GS건설은 비상시 탈출구로 활용한다는 명분으로 지름 15m, 깊이 80m의 공구를 뚫는 공사를 추진하면서 인근 주민과 충돌했다.

부산시의회가 나서 시공사와 낙민동 주민 간 갈등을 중재 중이지만, 관할 지자체인 동래구청은 7개월이 넘도록 협의체 참여를 검토만 하고 있다. 결국, 주민 사이에서는 동래구청이 시의회 주도로 진행되는 협의체가 못마땅해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조소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현재 주민들은 대심도 공사로 인해 빚어진 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우회도로 개설을 요구 중이다. 발파로 인한 아파트 단지 공사 소음문제 개선도 요청됐다. 이는 모두 관할 지자체인 동래구청이 처리해야 할 업무다.

그러나 동래구청이 참여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주민들은 동래구청 측에 개별적으로 민원을 제기해야 할 판이다.

안명숙 낙민동 아파트연합회장은 “공사소음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 주민들은 직접 나서 사업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동래구청은 협상 테이블에도 나타나지도 않는다”며 “부산시와 건설사 등 관계자가 모여있는 자리에 구청이 부르지 않아도 나타나서 주민 목소리를 대변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협의체를 주도하고 있는 부산시의회에서도 동래구청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동래구청이 협의체에 참여해야 시공사 측 요구사항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의회 박민성 의원은 “동래구청이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주민들은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라면서 “5년간 지속될 공사피해에 대한 주민 보상방안을 마련하는 등 장기적 관점에서도 동래구청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래구청은 과거 협의체는 공사 반대의 성격을 띠고 있어 구청이 직접 개입하기는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동래구청 측은 “공사 책임자인 부산시로부터 공식적인 제안이 들어온다면 참여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탁경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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