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이전 성범죄자라면… 옆집에 살아도 알 길 없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관리 구멍 ‘전자발찌’

적지 않은 성범죄자들이 정부의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발찌를 찬 채로 살인을 저지른 혐의(부산일보 8월 30일 자 3면 보도)를 받는 강윤성이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등록되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강윤성처럼 신상 공개에서 배제된 성범죄자에 대해 시민들이 최소한의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성범죄자 알림e’ 2011년 4월 시행
과거 성범죄자 소급 ‘3년’에 그쳐
‘알림e 미등록’ 전자발찌 살인범 강윤성
‘15년 중형’에도 2006년 범죄라 배제
주거지 인근 성범죄 재범률 높은 만큼
‘범죄 시점’ 기준 신상공개 재검토해야


2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현재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등록된 성범죄자는 총 3503명이다. ‘성범죄자 알림e’는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 중 법원으로부터 신상공개 명령을 받은 사람의 신상정보를 등록해 놓은 것이다. 2011년 4월 시행됐다. 시민들은 ‘성범죄자 알림e’에서 주거지를 검색해 인근에 사는 성범죄자의 주소와 신체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성범죄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스스로 보호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제는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 성범죄자는 이 사이트에서 누락됐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2011년 이전 누락된 성범죄자를 추가 공개했지만 소급은 3년에 그쳤다. 이렇게 소급 적용돼 공개된 성범죄자 수는 369명(10%)이다. 부산의 경우 총 182명 중 22명(12%)이다. 이 때문에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는 현재 공개 기간이 종료된 성범죄자를 제외하고, 2008년 4월부터 2011년 4월 사이 형이 확정된 성범죄자 369명에 대해서만 추가로 신상을 공개한다.

그러나 2008년에서 2011년 사이 전자발찌 부착자만 해도 714명에 이른다. 전자발찌 제도는 2008년 9월에 도입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발찌 부착자는 2008년 205명, 2009년 386명, 2010년 123명 발생했다. 재범 가능성을 국가가 인정한 전자발찌 부착자만 해도 700여 명에 이르는데 그중 절반에 이르는 369명만 소급적용된 데 대해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성범죄자 알림e’가 시행되기 전 성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의 행방이 극소수만 공개된 만큼, 미공개된 성범죄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은 크다. ‘사각지대’가 생기면서 일반 시민들이 성범죄를 예방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주거지 인근 성범죄 재범률이 2018년 58%, 2019년 55%, 2020년에는 68%까지 높아지는 등 매년 상승하는 가운데, 시민들의 최소한의 성범죄 예방도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인다.

2008년 4월 이전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현재 공식적인 신상공개정보가 없는 상황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신상공개명령은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가 시행된 2011년이 돼서야 만들어졌다. 이전에는 아동, 청소년 성범죄자에 한해 열람제도 등으로만 일부 공개했다. 정부조차도 ‘법 사각지대’에 놓인 일부 성범죄자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았다는 지적이 인다.

범죄의 ‘경중’이 아닌 범죄 ‘시점’을 기준으로 신상 공개 기준이 소급 적용된 데 대해서도 비판이 인다. 강윤성이 대표적이다. 강윤성은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사이트인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 강윤성은 2006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강도·절도) 위반과 성폭력범죄처벌법(특수강도강간 등) 위반 등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2008년 4월 이전에 형을 받아 신상 공개 대상에서 누락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신상 공개 기준에 따르면 10년 초과 형을 받은 강윤성은 중형에 해당한다. 현재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서는 징역·금고형에 따라 차등적으로 신상공개 기간을 정하고 있다. 10년 초과의 형은 30년, 3년 초과 10년 이하 형은 20년, 3년 이하 형은 15년, 벌금형은 10년이다. 강윤성의 경우 징역 15년으로 법원에서 신상 공개 명령을 받을 때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서 신상 공개 기간 30년으로 최대치에 해당한다. 범죄 시점이 2008년 4월 이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중형과 별개로 공개 대상에서 빠진 셈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과도한 소급 적용은 인권침해 등의 요소가 있어 소급 적용을 3년으로 제한한 개정법을 적용해 성범죄자 일부만 신상 공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비해 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강화된 만큼 과거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 공개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최종술 교수는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신상공개 제도가 생기는 등 성범죄를 둘러싼 환경이 달라졌다”며 “그런 만큼 과거 성범죄자에 대해서도 신상공개 기준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