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통지도 나섰다 사고 당한 경찰관 ‘기억’도 잃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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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부경찰서 동료들이 7월 교통정리를 하다 사고를 당한 강희덕 경위의 쾌유를 빌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남부경찰서 동료들이 7월 교통정리를 하다 사고를 당한 강희덕 경위의 쾌유를 빌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의 한 경찰관이 신호기가 고장난 도로에서 교통정리를 하다가 그만 차에 치여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급히 뇌수술을 받았지만, 한때 자신이 경찰관이라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 주위를 안타깝게 한다.

부산 남부경찰서 감만파출소 소속 강희덕(49) 경위는 올 7월 14일 오후 3시 45분 남구 감만동 감만사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승용차 한 대가 강 경위를 들이받은 것이다.

감만파출소 강희덕 경위

대기 근무 중 출동, 차에 받혀

2시간 뇌수술, 뇌부종에 사투

병문안 동료들도 못 알아봐

사고 당시 교통신호기가 고장나 강 경위가 수신호 중이었다. 강 경위는 넘어져 머리를 부딪쳤고,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았다.

강 경위는 감만파출소에서 상황근무를 서다가 다른 직원이 먼저 들어온 신고를 처리하는 사이에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 경위는 파출소 대기 인원이었지만, 신고 장소가 감만파출소와 가까워 현장을 처리해야겠다는 일념에 바로 출동했다”고 전했다.

강 경위는 병원으로 옮겨져 2시간가량 뇌수술을 받았지만, 뇌부종이 심해 두개골을 봉합하지도 못한 채 수술실을 나와야 했다. 의식이 차차 돌아오고 있지만, 초반에는 자신이 경찰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사고 상황도 떠올리지 못하고, 동료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인지능력도 떨어진 상태다. 최근에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겼지만, 여전히 폐에 염증이 있어 식사도 호스를 통해 해결하고, 귀에서 고름이 나오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강 경위는 동료들과 잘 지내는 활달한 성격에, 각종 신고에 솔선수범해 먼저 출동하는 성실한 경찰관이라고 동료들은 전한다. 안타까운 사고로 동료마저 알아보지 못하자, 동료들이 직접 영상을 만들어 강 경위에게 보여 주기도 했다.

24시간 혼자 생활이 불가능한 강 경위를 간호하기 위해 들어가는 간병비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한 달에 400만 원 가까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가 계시지만 고령인 탓에 강 경위를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부경찰서직장협의회에서 경찰 내부 게시판에 이 같은 상황을 알리자 동료들이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다. 지원의 손길은 전국에서 왔다. 남부경찰서 직장협의회 박현호 경위는 “근무 중 사고로 다친 강 경위를 위해 안타까운 사연을 주변에 알렸고, 동료들이 모금에 동참하고 있다”며 “당장 일터로 돌아오기 힘들고, 장기간 재활치료가 필요해 더 많은 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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