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0대 기업이 없다… 초라한 부산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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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경제의 위상 추락이 심상치 않다. 2020년 매출액 기준으로 전국 100대 기업에 부산 기업이 단 1곳도 포함되지 못했고 이를 1000대 기업으로 확장해도 불과 29개 기업만 이름을 올렸다. 오랜 기간 지역 경제를 떠받쳐 온 조선 자동차 철강 등 기존 기업이 장기간 부진을 면치 못한 데다 첨단 신성장 사업을 펼치며 성장하는 기업도 적다 보니 지역 경제가 새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위축돼 가고 있는 것이다.

르노삼성차마저 118위로 밀려나
1000대 기업엔 고작 29개 불과
2002년 조사 이후 첫 30개 밑으로
조선·철강 등 부진 위상 추락 심화
신성장 산업 육성 등 돌파구 절실

부산상공회의소가 6일 발표한 ‘2020년도 매출액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기업 현황’에 따르면 부산에서는 고작 29개 기업만 전국 1000대 기업 명단에 포함됐다. 부산상의는 “2002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30개 이하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신용평가사 등의 기업 정보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다.

특히 전국 100대 기업에 부산 기업이 단 1곳도 포함되지 못하면서 지역 경제계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근래 10년간 지역 내 부동의 매출 1위를 기록하며 100대 기업에서 빠지지 않았던 르노삼성차마저 닛산 로그 위탁생산 중단과 대체 물량 확보 지연 등으로 전국 매출 순위 118위로 밀려났다. 3조 원대 매출액을 기록하는 곳이 르노삼성차뿐이어서 당분간 부산 기업의 전국 100대 기업 부재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 기업의 추락 속도 역시 예사롭지 않다. 1000대 기업에 34개사가 포함됐던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새로 진입한 기업은 5개사였지만 잔류에 실패한 기업은 10개사에 달했다. 신규 진입 5개사는 두동도시개발(주), (주)동성화인텍, 태광후지킨(주), 협성르네상스(주), (주)파나시아이고 탈락한 10개사는 (주)엘시티피에프브이, 와이케이스틸(주), 에어부산(주), (주)부산롯데호텔, 엠에스에이(주), (주)아이엠티인코퍼레이션, 한국특수형강(주), (주)동아지질, (주)태웅, (주)화승네트웍스다. 또 1000대 기업에 55개사가 포진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08년과 비교하면 10여 년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부산 대표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전국 1000대 기업 포함, 부산 기업 29개사 매출 합계는 27조 9280억 원가량인데 2019년 1000대 기업 포함 부산 기업 34곳의 매출 합계 31조 7845억 원과 비교해 12.1% 감소한 수준이다. 이들 기업 대부분이 조선, 자동차, 철강, 신발·고무 등 경기 부진 업종이었다.

지역 기업들의 이런 부진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셧다운, 경기 침체 등에 따라 제조업을 근간으로 하는 지역 내 전후방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매출이 연쇄적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상의는 또 수도권 일극화나 지역 불균형 탓으로 부산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 기업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전국 1000대 기업에는 서울 525개사, 경기 181개사, 인천 37개사 등 수도권에서 743개사나 포함돼 있다.

여기에 지역 기업들이 신성장 사업으로의 업종 다변화에 나서거나 성장 역량을 끌어올릴 필요도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지역 기업 성장을 견인하려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산업구조 재편과 신성장 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실천계획 추진이 시급하며, 동시에 대기업과 중견 기업 역내 유치 노력 역시 이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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