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23. 자해하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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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지난주 이 난을 보신 독자 여러 분이 “아니, 언론에서 웬 비문을 그렇게나 많이들 쓰느냐”는 말씀을 하셨다. 언론계 종사자로서 낯 뜨거워지는 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실상은 더 참혹하다. 오·탈자처럼 뚜렷이 드러나지 않을 뿐, 알고 보면 엉터리 문장이 적지 않은 것이다. 오·탈자야 잘못 쓴 것, 빠뜨린 것이라고 둘러대기라도 하겠지만, 비문은 수준이 그대로 드러나는 판이어서 변명해 주기도 어렵다. 이러면 안 된다. 사실을 전달하는 도구인 말조차 제대로 쓰지 않으면서, 어떻게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지난주에 이어, 언론이 쓴 비문을 더 공개한다. 풀이는 다음 주에 싣는다.

①기증은 ‘내 것’을 ‘모두의 것’으로, 나만이 아니라 모두가 감상하게 하는 숭고한 일이다.

②김 씨는 낮에는 동아대 입학사정관으로, 밤에는 폴댄서로 폴을 잡는다.

③예부터 ‘스승은 임금·어버이와 같으므로 감히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스승을 너무 존경하던 나는 선생님의 그림자는 물론 선생님이 계시는 학교 근처도 갈 수 없었다.

④남들이 다 한다는 이유로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 하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한다면 능률도 성과도 행복도 있을 수 없다.

⑤경찰들도 윤 대표를 샌드백처럼 여겼다. 심부름을 시키면서 이를 거절하거나 제대로 해오지 못하면 몽둥이찜질을 당했다.

⑥후지필름과 세계적 사진가 그룹 ‘매그넘’이 손을 잡고 8일부터 두 달 동안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고향’이라는 주제로 16명 매그넘 사진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⑦유민영 대변인은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실과 작고한 김근태 전 의원의 보좌진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⑧하루 두 번씩 분수처럼 물을 뿌리는 스프링클러를 돌려야 가능한 잔디를 집 앞에 깔라고 시조례로 강권하던 시절이었다.

⑨정한길씨(58·가천면)는 “농민은 농민대로 자영업자들은 자영업자대로 군민 모두 사드가 배치되면 건강과 농작물 피해는 물론 땅값도 떨어진다며 크게 동요하고 있다”며….

⑩변우혁과 노시환은 내야 거포 자원으로, 유장혁은 3박자를 두루 갖춘 외야 자원이다.

⑪이에 따라 이 기사가 최씨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없다는 언론학자의 자문과 담당 변호사의 허락을 얻어 이번에 한해서만 실명을 그대로 쓰게 되었습니다.

⑫타다는 출범 6개월 만에 운행지역을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넓히고, 차량 운행대수도 800여대로 증가하는 등 성장세에 있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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