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학령인구 감소 위기, 두잉 대학으로 극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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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환 동명대 총장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이 지나 다시 대학에서 교수님 강의를 들었다. 지난 1일 전호환 동명대 총장을 인터뷰하기 위한 자리에서 말이다. 올해 5월 27일 동명대 제10대 총장으로 취임한 전 총장은 이제 임기 100일을 조금 넘겼음에도 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실천하는 지식인 양성에 초점을 둔 ‘두잉(Do-ing) 대학’을 전면에 내세워 학령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 총장의 의지에 따라 실제 대학 곳곳에서 다양한 ‘두잉’이 이뤄지고 있었다.

수도권 집중 심화에 지방 소멸 임박
무학년·무학점·무티칭 ‘3무 교육’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 인재 양성

이날 인터뷰에서 전 총장은 기다렸다는 듯 기자를 앉혀 놓고 빔프로젝트와 스크린을 동원해 장차 닥쳐오는 ‘인구 쇼크’와 동명대의 발전 전략을 설명했다.

“전쟁 중인 1952년에도 77만 명이 출생했어요. 그런데 지난해 출생아가 27만 5000명입니다. 60년 만에 4분의 1로 반 토막 났는데, 전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전 총장은 “대학 정원 55만 명을 유지한다면 대학 절반은 문을 닫아야 한다”면서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현상을 감안한다면 비수도권 대학, 특히 비수도권 사립대학이 가장 먼저 문을 닫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이런 암울한 현실을 두잉 대학으로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전 총장은 전공과 교실, 수업의 경계를 허물고 프로젝트 기반한 교육을 하는 올린공대, 고전 100권 토론이 4년 교육과정의 전부인 세인트존스대학, 학과와 학점, 학년이 없고 학생 주도로 전공을 설계하는 햄프셔 대학 등의 사례를 설명했다. 두잉 대학의 가치가 세계에서 주목하는 혁신 대학들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두잉 대학에서는 무학년, 무학점, 무티칭으로 요약되는 ‘3무(無) 교육’으로 3년 조기졸업이 가능하다. 또한 ‘앙트러프러너십’ ‘유튜브크리에이터’ ‘디지털공연예술’ 3개 전공을 두고 3개 전공 간 복합전공 이수할 수 있도록 열어놨다. 전공별 역량 강화를 위해 고전읽기, 스피치 기술, 재무제표 작성, 주식투자, 승마 등 혁신 공통 과정도 운영한다. 게다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부문 혁신 리더로 구성된 멘토단도 준비돼 있다.

전 총장은 두잉 대학의 교수 채용 방식 또한 일대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교수 지원자들의 학문적 스펙을 보지 않을 것이다. 교수에게 창업 지원금을 주고 반드시 5년 내에 직접 창업해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다”면서 “정주영 회장이나 이병철 회장이 학문적 성취가 뛰어나서 대기업을 일군 게 아니듯, 교수들이 직접 기업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에게 현장 중심의 교육을 전수하도록 할 것이다”도 말했다.

해당 교육과정을 통해 동명대가 학생에게 쥐여주려는 무기는 간단했다. 바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 로봇이 넘볼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의 극대화였다. 전 총장은 “AI와 로봇이 가질 수 없는 것, 인간이라서 가질 수 있는 게 바로 도전정신과 배려, 공감 등이다”면서 “두잉 대학 교육의 철학도 학생들에게 이런 무기를 쥐여줘서 미래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전 총장은 마지막으로 대학과 지역사회가 상생할 방안도 제시했다. 산학 연정을 통해 지역혁신을 주도하고 지속적인 지역 성장 기반을 제공하는 게 그것이다.

“영국의 서리 대학은 관·학·산·민 합의로 그린벨트 과감히 풀고 창업생태계를 조성했어요. 스타트업 200개가 입주하고, 일자리를 3500개나 창출하죠. 미국 실리콘밸리와 리서치 트라이앵글, 보스턴 혁신연구단지도 대학과 지자체가 산학협력 기반으로 설립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냅니다. 부산이라고 못 할까요? 혁신하고자 하는 의지를 품기 나름 아닐까요?”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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