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스루’ 안전책 없으면 도로점용 허가 안 내준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7일 오전 11시 부산 수영구 한 드라이브스루 매장. 기자는 20분 남짓 현장에 머물면서 아찔한 상황을 여러 번 목격했다. 매장에서 나오는 차량이 멀리서 달려오는 차량에 부딪힐 뻔하거나, 보도를 걷던 사람이 매장으로 들어오는 차량에 받힐 뻔한 경우가 있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인근 주민 이 모(41) 씨는 “출근시간에는 아예 매장에 들어가려는 차들이 줄을 지어 차로 하나를 독점해 뒤쪽으로 엄청나게 정체가 유발된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 이현 의원, 조례 발의
안전한 보행환경 확보 못 한 경우 도로점용허가 취소 등 가능
주변 안전 확보 시장 책무 규정
15일 본회의 통과하면 본격 시행

앞으로 이곳처럼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대책 등을 세우지 않는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 매장 영업을 중단할 수 있게 된다. 관련 조례가 부산시의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이브스루는 운전자가 차에 탄 채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시내 곳곳에 매장이 들어서고 있다.

7일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해양교통위원회 소속 이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산광역시 승차구매점 교통안전 관리 조례’를 발의했다. 해당 조례는 지난 3일 상임위에서 원안 가결됐으며, 오는 15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 조례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도로점용허가를 받을 때 안전한 보행환경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도로점용허가 취소나 차량 통행금지 등의 처분을 하고, 원상회복을 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통상 드라이브스루 매장 인근 보도는 매장으로 진입하는 차량을 때문에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는다. 또 대기 차량들이 매장 앞 도로를 점령하면서 다른 차들의 통행도 방해(부산일보 5월 5일 자 3면 보도)한다. 해당 조례를 대표발의한 이 현 의원은 “이번 조례안 제정을 통해 보행 환경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드라이브스루 매장 수는 점점 늘고 있다. 7일 국민권익위원회, 한국소비자원, 각 매장 홈페이지에 따르면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스타벅스, 버거킹, 롯데리아, 맥도널드)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2016년 356곳에서 지난해 662곳으로 86% 늘었다. 부산의 경우도 32곳에서 45곳으로 약 40%가 늘었다.

하지만 현행법상 교통정체 유발과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대한 대책은 허술하다. 도시교통정비촉진법상 연면적 1만 5000㎡ 이상인 대규모 점포인 경우에만 교통영향평가를 받게 된다. 교통영향평가에서는 △교차로 신호 최적화 △진출입 동선 체계 구축 △대중교통 등 보행로 구축 △교통안전 시설물 설치 등을 살핀다.

드라이브스루 매장 중 이 규모를 만족하는 곳은 전무하다. 보도를 가로질러 드라이브스루 입구 매장을 들어가는 탓에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는 데 대한 대책도 사실상 없다. 도로법에 인도 등을 점유할 때 사업장이 도로점용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안전시설의 설치에 대한 보강만 포함돼 있고 사후 관리체계 등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이번 조례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보행자와 차량 통행에 대한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는 드라이브스루 사업장은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한 지자체 도로점용 담당 관계자는 “도로점용 허가가 나지 않으면 사실상 해당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영업할 수 없다”며 “이를 어기고 영업을 하게 되면 변상금을 지자체에서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례에는 △드라이브스루 등 승차구매점의 용어 정의 △승차구매점 주변의 교통안전과 시민 보행권 확보를 위한 시장 책무 규정 △안전계획 수립 및 실태조사 사항 규정 △승차구매점 주변의 안전확보를 위한 사항 △권한의 위임 등도 담겼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