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상처 딛고 재건… 한국전쟁 휴전 후 부산 한눈에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국전쟁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에 따라 남과 북의 총성은 멈췄지만, 전쟁의 후유증은 심각했다. 전화(戰禍)로 수백만 명의 군인과 민간인들이 부상을 입거나 사망했으며, 학교, 병원, 도로, 교량 등의 기간산업과 대형 공장들이 대부분 파괴됐다. 전쟁으로 한국은 산업기반 상당수를 잃는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또한, 많은 사람이 생활의 터전을 잃거나 가족과 헤어지고 가난의 고통에 직면해야 했다.

임시수도기념관, 11월 28일까지
‘전화에서 재건·부흥에로’ 특별전
정부의 서울 환도 1953년 8월부터
부산 직할시 승격 1963년 1월 1일까지
폐허·성장·일상 회복 등 5개 주제
가족 앨범·신분증 등 60여 점 선봬


부산 임시수도기념관은 11월 28일까지 전시관에서 2021년 특별전 ‘전화에서 재건·부흥에로’를 개최한다. 특별전이 주목하는 시기는 한국전쟁 휴전 후, 정부의 서울 환도가 단행된 1953년 8월부터 부산이 직할시로 승격되는 1963년 1월 1일까지이다. 당시 부산은 전쟁이 끝난 뒤, 대한민국의 재건, 부흥 사업의 과정과 그 결과를 뚜렷이 목도할 수 있는 지역 중 한 곳이었다.

전시에는 ‘부산재건보고서’ 등 부산을 중심으로 한 전후(戰後) 복구와 경제재건 사업 내용을 보여주는 유물 6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전화’를 극복하고 ‘부흥’의 시대로 나아가고자 한, 전후 부산 시민들의 열정과 그들이 품었던 희망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모두 5개 주제로 구성돼 있다. 먼저 프롤로그 ‘전후(戰後) 부산의 발전과 도약(1953~1963년)’에서는 이번 전시가 왜 부산을 주목하는가에 관해 얘기한다. 당시 부산은 피란민들의 집합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임시수도기념관 이성훈 학예사는 “한국전쟁 당시 피란 온 개성 사람들이 모여 살던 개성촌이 부산에 있을 정도였다. 또 부산은 국제사회 주도의 다양한 원조 활동이 벌어졌던 곳이었을 뿐 아니라 전후 한국경제를 견인한 많은 기업과 공장들이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던 곳이었다”라고 설명했다.

1부 ‘폐허 위에서 일어서다’에서는 전후 한국을 대상으로 한 원조 활동을 벌였던 한국민사원조사령부(KCAC)와 같은 외국 원조 기구와 이들의 활동을 소개한다. KCAC 부산지부에서는 양정 일대 개성촌 건설, 당감동 벽돌 생산 공장의 설립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원조 물자는 솜, 밀, 설탕 등이 수입됐는데, 이 원조물자 수입을 기반으로 소위 삼백산업(방직, 제분, 제당 산업을 지칭)이 부산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발전하게 된다. 전시장에선 KCAC의 부산 개성촌 주택건설 전단 등 다양한 재건 포스터와 원조용 곡물 봉투, 원조 물품 상자, 부산재건보고서 등을 만나볼 수 있다.

2부 ‘부산, 재건·부흥의 중심지로’에서는 외국으로부터 원조받은 원료를 바탕으로 한 고무, 섬유, 제분, 제당 산업이 부산에 발전했으며 생필품에 속하는 연탄, 비누, 식료품 그리고 전쟁 복구에 필요한 자재들인 철강, 목재 등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연이어 설립됐음을 얘기한다. 이를 토대로 한 부산 산업계 성장은 전후 한국의 재건·부흥에 주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전시장엔 동양고무산업주식회사 등 기업 소개지, 광고지, 전단 등이 전시돼 있다. 1958년 8월 15일 자 한 신문 지면의 톱 기사에는 ‘전화에서 재건·부흥에로’라는 제목이 큼지막하게 뽑혔다.

3부 ‘재건과 시민들의 일상 회복’에서는 주요시설 절반 이상이 파괴되었던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생업에 종사하는 시민들의 일상을 조명한다. 일반 시민들은 새로이 사업체를 만들고, 취직을 위한 다양한 준비를 시작했으며, 문화생활도 향유했다. 부산시립교향악단도 이 무렵(1962년) 창립한다. 1957~1959년에 동래여고를 다닌 한 학생의 사진(수학여행, 운동회, 가사실습 등)은 우리의 삶이 일상으로 되돌아왔음을 보여준다. 전시장에선 이 시대 졸업장, 수학여행 계획표, 개인학습진도표, 일기장, 가족 앨범, 신분증명서 등을 만날 수 있다.

에필로그 ‘부산의 도약과 직할시 승격’에서는 화학, 섬유, 목재, 철강 등 분야 기업들이 눈부신 성장을 보이며 부산경제를 주도했음을 알려준다. ▶임시수도기념관 2021년 특별전 ‘전화에서 재건·부흥에로’=11월 28일까지 전시관. 무료(사전 예약제). 051-244-6345.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