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정부 수립한 탈레반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라 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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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이 지난 7일(현지시간) 과도정부 구성을 공개하면서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라 통치할 것임을 천명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 총리 대행 등 과도정부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하산은 대외 인지도가 낮은 ‘은둔형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하산 총리 대행 등 내각 발표
카불 테러 주범은 내무부 장관
여성 배제·핵심 강경파로 구성
권리 요구 여성 시위 과격 진압
아프간 공포 정치 현실화 될 듯

탈레반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다라르는 제1부총리로 지명됐고, 탈레반의 연계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를 이끄는 시라주딘 하카니는 내무부 장관, 탈레반 창설자 모하마드 오마르의 아들인 물라 모하마드 야쿠브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하카니는 2008년 미국 시민을 포함한 6명의 사망자를 낸 카불 호텔 테러의 주범으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000만 달러(116억 원)의 현상금을 걸어 최우선 수배 대상에 올려 놓은 인물이다. 압둘 하크 와시크 정보국장, 물라 누룰라 누르 국경·부족부 장관 등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던 전력이 있는 4명도 고위직에 포함됐다. 이들은 탈레반에 붙잡힌 미군과의 교환 협상 끝에 2014년 풀려났다

탈레반은 그간 새 정부는 포용적으로 구성될 것이며 여성 인권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명단에는 아프간 정부 출신 관료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여성도 배제되는 등 내각 멤버 전원이 탈레반 핵심 강경파로 구성됐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의 역할이나 새 정치 체제의 공식 명칭, 국기, 국가 등 세부 정부 체제 형태에 대해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날 새 내각 발표 직후 아쿤드자다는 성명을 통해 “앞으로 아프간의 모든 삶의 문제와 통치 행위는 신성한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은둔해왔던 그가 성명을 낸 것은 탈레반이 지난달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한 이후 처음이다.

탈레반은 과거 5년 통치기(1996∼2001년) 때 ‘샤리아’를 적용해 음악·TV 등 오락을 금지했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이는 가혹한 벌을 허용했다. 여성은 교육이나 취업이 금지되고,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이 의무화됐다. 성폭력과 강제 결혼 등도 횡행했다.

탈레반의 공포 통치는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AFP에 따르면 탈레반은 여성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여성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하고, 채찍을 휘두르거나 기관총으로 경고사격을 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서고 있다. 이날 헤라트에서 열린 반 탈레반 시위에서는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들은 모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한다.

미국은 탈레반의 새 정부 구성에 우려와 함께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카타르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이번 탈레반의 내각 명단은 오직 탈레반 구성원과 측근들로만 구성돼 있고, 여성은 한 명도 없다“며 ”탈레반이 임명한 일부 인사들의 소속과 그동안의 행적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과도 내각 구성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앞으로 탈레반의 말이 아닌 행동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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