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양식장에 역대급 고수온 700만 마리 넘는 역대급 떼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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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역대급 폭염을 등에 업고 경남 남해안 양식장을 덮친 고수온에 700만 마리가 넘는 양식 물고기가 떼죽음했다. 피해액도 1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피해량 피해액 모두 역대 최악이다. 여기에 최근 멍게 양식장에서도 이상 고온 후유증으로 추정되는 폐사가 잇따르면서 어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경남도 761만 마리 111억 피해
피해량·피해액 모두 역대 최대
우럭 양식장·통영 지역 피해 커
최근 멍게 양식장 잇단 폐사 신고


8일 경남도에 따르면 올해 고수온 폐사 피해 규모가 166어가, 761만 마리, 11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590만여 마리가 고수온에 특히 취약한 우럭(조피볼락)이다. 나머지는 강도다리 38만 마리, 숭어 29만 4000마리, 말쥐치 28만 6000마리 등이다.

지역별로는 도내 어류양식장의 절반 이상이 밀집한 통영이 510만 마리, 67억 원으로 가장 피해가 컸다. 이어 남해 125만 마리 12억 원, 거제 68만 마리 11억 원, 하동 54만 마리 4억 3000만 원, 고성 5만 9000마리 4800만 원이다. 고수온 피해로는 역대 최악이던 2016년의 704만 마리 87억 원, 2018년의 686만 마리 91억 원을 뛰어넘었다.

올 여름 경남 앞바다는 짧은 장마 이후 후끈 달아 올랐다. 작년 이맘때보다 평균 4~5도 높게 형성되며 양식 어류 폐사 한계인 섭씨 28도를 지나 30도에 육박했다. 지난달 4일 고수온 특보 최고 단계인 ‘경보’가 발령됐다. 이후 하루 최대 130만 마리가 폐사하는 등 도내 전 해역에서 떼죽음 피해가 속출했다.

다행히 8월 중순을 지나며 폭염 기세가 꺾였고, 고수온 특보는 지난달 26일 모두 해제됐다. 우려했던 ‘가을 적조’도 소강상태다.

하지만 아직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경쟁 생물 개체 수가 감소한 이후, 코클로디니움 성장에 유리한 일사량, 수온 등이 지속해서 유지되면 다시 증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고수온 후유증도 만만찮다. 이상 고온 현상이 장기간 지속하면서 상당수 양식 생물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먹이 섭취나 영양 공급도 못 받아 체력은 물론 면역력도 바닥이다. 때문에 작은 환경 변화도 생장에 치명적이다.

실제로 최근 멍게(우렁쉥이) 양식장에서 고수온 피해로 추정되는 폐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멍게수하식수협에따르면 지금까지 통영 연안 양식장 40곳에서 피해가 확인됐다. 전체 입식량 중 적게는 30%, 많게는 50%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얇은 껍질에 싸인 멍게는 성장을 위한 적정 수온이 섭씨 10~20도로 약 24도를 넘어서면 성장이 느려지고 껍질이 쪼그라들거나 수생균으로 녹아버린다. 정두한 멍게수협장은 “아직 거제 쪽은 확인을 못 한 상태다. 다음 주 중 합동 점검을 마치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피해 발생 시 양식수산물재해보험에 가입한 상태라면 실손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험료 부담 탓에 영세 어민들은 언감생심이다. 보상 한도 10억 원을 기준으로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합쳐도 어민이 내야 할 보험료가 1000만 원 안팎이다. 보장 기간 1년에 낸 보험료는 돌려받지 못하는 소멸성 보험치곤 적잖은 금액이다. 특히 고수온 피해의 경우, 여기에 특약까지 추가로 가입해야 한다.

게다가 최근 자연재해로 인한 양식물 떼죽음 피해가 빈번해지고 피해 규모도 커지면서 가입자가 늘고 손해율이 급증하자 보험 판매사인 수협중앙회가 보험료를 종전 대비 33%나 인상해 부담이 더 커졌다. 이 때문에 올해 피해를 본 어가 166곳 중 보험에 가입한 어장은 20곳에 불과하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어가도 정부가 주는 재난지원금은 받을 수 있다. 한도는 5000만 원이다. 경남도는 일단 피해가 확인된 어장을 중심으로 우선 복구비를 집행하기로 했다. 이미 해양수산부에 71어가 지원금 45억 원을 요청한 상태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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