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고 사브르 실업팀 창단 우수선수 타 지역 유출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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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리 동의대 펜싱부 감독

2020 도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펜싱은 메달 5개를 쓸어담으며 세계 최강으로 우뚝 섰다. 이 가운데 펜싱 ‘사브르’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경기마다 극적인 명승부를 펼치며 남자 단체전 금메달,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차지해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올여름 사브르 대표팀의 활약이 계속되면서 ‘태극 검객’을 배출한 동의대학교 펜싱부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남자 대표팀의 구본길, 김준호 선수와 여자 대표팀의 최수연, 윤지수 선수가 동의대 펜싱부 출신이다.

‘태극 검객’ 구본길·최수연 등 배출
도쿄올림픽 남녀 단체전 금·동 쾌거
선수 양성, 유지할 시스템이 필요

20년간 사브르 외길을 걸은 동의대 펜싱부는 도쿄올림픽에서 최고 기량의 선수들을 다수 배출하며 ‘조선제일검의 요람’으로 우뚝 섰다. 그 중심에는 10년째 동의대 펜싱부를 지도하는 한우리(37) 감독이 있다.

7일 부산 부산진구 동의대 캠퍼스에서 만난 한 감독은 이번 올림픽에서 동의대 출신 대표선수의 맹활약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감독은 “20년이면 펜싱 역사에 짧은 시간이다. 그 기간 안에 큰 성과를 거둬 기분이 좋다”며 “이제 실력 있는 선수들을 계속 양성하고, 유지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동의대 펜싱부를 이끈 한 감독은 세계 펜싱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동의대가 에페와 플뢰레 등 펜싱의 다른 종목에 눈돌리지 않고 사브르에 집중한 것도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라는 설명이다.

한 감독은 “펜싱의 세 종목은 경기 방식이 달라 각자 다른 전문성이 필요하다. 우리가 에페, 플뢰레까지 넓혔으면 혼선이 있었을 것”이라며 “사브르에 집중하며 남들보다 많은 훈련량과 전술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동의대 펜싱부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전술을 선도하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 경기에서 유럽의 텃세를 극복하기 위해 심판이 개입할 여지 없이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 주겠다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한 감독은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지역 선수와 겨룰 때 심판의 영향을 받지 않을면 압도적인 기량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펜싱에서 두 선수의 공격이 동시에 이뤄지면, 심판이 직권으로 누구의 득점인지 결정한다”며 “국제 경기에서 이런 동시타가 나오면 예전엔 유럽 선수의 손을 들어주기 일쑤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 감독과 동의대는 오는 10월 열리는 전국체전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이보다 더 먼 곳, 부산 연고 펜싱 실업팀 창단을 바라보고 있다. 이미 국내 최강인 동의대 펜싱부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도 한 감독의 숙제다.

한 감독은 “현재 동의대 사브르 선수들이 졸업 후 갈 수 있는 부산 연고 실업팀이 없다”며 “유능한 선수가 타 지역으로 유출돼 안타깝다. 자식을 입양보내는 느낌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부산에 펜싱 실업팀이 있으면 국내 최강인 동의대와 교류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동의대를 세계 사브르 펜싱의 메카로 키우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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