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카카오 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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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기업인 아마존(Amazon). 1994년 미국 시애틀의 한 창고에서 문을 연 이 회사는 종이책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작은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했다. 세계 최초의 시도였다. 오프라인 서점 책값의 20∼40%를 할인하는 영업으로 큰 호응을 얻으며 황금 시장을 개척했다. 아마존은 고객 중심과 저가 판매 전략을 최우선에 두고 도서뿐 아니라 전자책과 음반, 소프트웨어, 핸드폰, 주방용품 등으로 사업 품목을 다양화한 결과 세계 1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로 우뚝 섰다. 최첨단 물류센터와 국내외 유통 인프라를 갖추고 웬만한 건 찾으면 다 있을 만큼 온갖 제품을 취급하는 것이 강점이다.

사업 확장과 성장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2017년부터 미국 경제계에 ‘아마존 당하다(아마존드·amazonned)’라는 신조어가 등장해 통용된다. 이는 어떤 사업에 특정 기업이 진출함으로써 기존 사업자들이 존폐 위기에 처하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어느 분야에 ‘유통 공룡’ 아마존이 뛰어든 순간 해당 분야 오프라인 사업자는 물론 유력 기업들마저 줄도산하거나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이러니 중소 유통업체와 동네·골목 상권 상인들에게 아마존은 저승사자처럼 여겨진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아마존과 유사한 상황을 빗댄 ‘카카오 당하다’란 말이 회자한다. 국내 대표적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통해 몸집을 급속히 키우면서 골목상권까지 침범해 서민 경제를 위협해서다. 카카오는 2010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이 ‘국민 SNS’로 자리를 굳힌 데 힘입어 현재 158개 계열사를 가진 거대 기업 반열에 올랐다. 카카오는 이 과정에서 대리운전, 미용실, 네일숍, 영어교육, 스크린골프, 꽃배달, 퀵서비스 등 대기업의 사업 영역으로 보기 어려운 분야에 지속적으로 진입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울렸다.

카카오는 처음엔 온라인 사업 플랫폼의 가입 수수료를 받지 않다가 시장을 장악한 뒤 수수료와 이용료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극대화한다. 택시기사 80% 정도가 ‘카카오택시’에 가입하자 기사에게 각종 수수료를 부과한 데 이어 택시 요금을 최대 5배나 올리려 한 게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플랫폼 가입 상인과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에 시달려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 7일 국회에서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근절 토론회가 열린 이유다.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사업 초기의 혁신 정신을 살려 골목 상권과 겹치지 않는 분야와 해외 시장 진출에 주력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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