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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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성(1968~ )

한 시간이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소설을 쓰다가 단편소설은 읽겠지. 빠르게 걸으면 지구를 몇 바퀴 돌다가 몇 번은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겠지. 늦잠을 자거나 봄이 피다가 지겠지. 몇 번째 꿈을 꾸면서 울고 있을까. 공포 영화를 보거나 긴장이 고조되는 순간일지도 몰라. 다른 여자와 다른 생각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지. 머리를 감았다 말린다. 기다리던 버스가 지나간다. 사람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누구는 몇 초 사이에 이상형이 다르다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사라질까. 아니면 깨어날까. 아니면 엄청난 웃음이 생겼다가 사라지겠지. 단편소설을 읽다가 지구를 들었다 놓았다 하겠지. 화장실에서 졸다가 꿈을 꾼 적이 있었지. 다른 여자를 생각하면서 머리를 감은 적이 있었다. 그날은 몇 번째 버스를 놓치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지 몰랐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무덤에서 숨 쉬고 있는지 몰랐다 -시집 (2021) 중에서-

모든 존재는 시간에 의해 좌우된다. 하이데거의 명제다. 나에게 한 시간은 타인에게 일 년이 될 수 있고 단 삼초의 시간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의 끝에는 죽음이 있다. 우리의 삶을 삼차원적 논리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질서 체계가 시간이다.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면서 시인은 나에게 주어진 일상의 한 시간이 타인에게는 사라질 수도 깨어날 수도 있는 시간임을 깨닫는다. 한 시간에 수년간의 꿈을 꿀 수 있으며 여러 가지 인생을 살 수 있음도 인지한 시인은 그 한 시간의 끝이 타인의 무덤으로까지 연결되어 있음을 또 깨닫는다.

1927년 발간되어 존재와 시간의 명제로 일백 년 가까이 인정받아온 하이데거의 명성도 나치 시절 1933년 단 일 년간의 대학 총장직 때문에 사후에 비난받게 된다. 그도 시간의 굴레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이규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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