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생후 6개월 영아에 ‘성인용 주사’ 넋 나간 병원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 실수로 성인용으로 준비된 주사제가 생후 6개월 된 아이에게 투약되는 의료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전북의 한 병원에서는 의료진의 착오로 엉뚱하게 12세 초등학생이 백신 주사를 맞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잇따른 의료 사고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16일 부산 동구보건소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부산 동구 소재의 A 종합병원에서 기관지염으로 입원한 생후 6개월 B 군이 의료진 실수로 성인 투약을 위해 준비된 해열·진통제 주사를 맞았다. 해당 약물은 ‘아세트아미노펜’으로 발열, 두통 등 진통을 완화하고 신체의 열을 내리는 역할을 한다.

부산 동구 종합병원 의료진 실수
어머니 해열제를 아이에게 주사
투약 이후 밤낮 구토 증상 부작용보건소 ‘계도조치’ 솜방망이 처분


이 주사는 애초에 감기 몸살을 앓던 아이의 어머니가 맞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의료진 실수로 해당 주사제는 엉뚱하게 태어난 지 1년도 안 된 영아에게 투약됐다. 다행스럽게도 아이에게 투약된 약물은 몸무게 대비 기준 이하 용량이었다. 하지만 준비된 주사제가 성인용인 탓에 약물이 B 군 신체에 빠른 속도로 투약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B 군은 이후 밤낮으로 구토 증상을 보였다. 조사 결과 아이는 기관지염 치료 등으로 수액을 맞고 있었는데, 의료진이 수액 거치대(폴대)에 걸린 수액을 잘못 보고 어머니가 아닌 아이의 몸과 연결된 수액에 주사제를 투약했다. 당시 아이와 어머니는 같은 폴대를 사용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은 “보호자(어머니)가 본인이 맞을 주사제를 B 군 폴대에 함께 걸어달라고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접종 이후 아이가 구토 증상을 보여 정밀검사를 했지만, 아직 특이사항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며 “병원 자체적으로 의료사고예방위원회를 구성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으며, 해당 의료진에 대해서는 경위를 파악한 뒤 마땅한 조처를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할 부산 동구보건소는 병원에 계도 조치를 내리는데 그쳤다. 보건소 측은 의료 사고 사실을 파악한 뒤 A 병원 측에 ‘엄중 주의 조치’를 내리고 해당 병원에 재발 방지 대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B 군의 어머니는 “생후 1년도 안 돼 말도 못 하는 아이가 주사를 잘못 맞아 어떤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는데 보건소는 계도 조치에 그쳤다”며 “의료진에게 모든 걸 믿고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해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 13일 오후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는 의료진 착오로 눈 다래끼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던 12세 C 군이 엉뚱하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다. 현재 방역 당국은 만 18세 이상에 대해서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해당 의료진은 C 군이 또래보다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백신 접종 대상인 성인으로 착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