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커스 갈등’ 잠재울까… 바이든-마크롱 ‘대면 회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말 유럽에서 양자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호주, 영국의 3각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발족에 따른 핵잠수함 지원 이슈로 불거진 양국 간 불협화음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국 정상은 22일(현지시간) 30분간 전화 통화를 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신뢰가 보장되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심도 있게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핵잠수함 기술 호주 이전 싸고
미국-프랑스, 전례 없는 분열
“프랑스와 사전 협의 부족했다”
바이든, 마크롱 달래기 나서
마크롱도 주미 대사 복귀 지시
내달 유럽서 만나 정상화 시도

두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오커스 발표의 영향을 논의하고자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두 정상이 통화했다면서 “두 정상은 프랑스와 유럽 파트너국과의 전략적 관심에 있어서 공개 협의를 했더라면 유용했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그런 점에서 그의 지속적인 약속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를 달래기 위한 문구가 성명에 반영된 셈이다.

성명은 “두 정상은 신뢰를 보장하는 여건을 조성하고 공동 목표를 향한 구체적인 조치를 제안하기 위해 심도 있는 협의 과정을 진행키로 했다”며 다음 달 말에 유럽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로마에서 10월 30∼31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상회담 사전 준비를 위해 마크롱 대통령은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하겠다는 미국 측 조치에 반발해 자국으로 소환했던 미국 주재 대사에게 다음 주 중 워싱턴DC로의 복귀를 지시했다.

성명은 또 “바이든은 유럽연합(EU)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틀을 포함해 이 지역에서 프랑스와 유럽 관여의 전략적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서양 간 및 세계 안보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상호 보완적인, 더욱 강력하고 능력 있는 유럽 방위의 중요성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마크롱 대통령이 꾸준히 주장해 온 것이다.

취임 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강화를 강조해 온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성명을 통해 오커스 협정 체결 과정에서 프랑스와 협의가 부족했음을 인정하면서, 프랑스 및 유럽연합과의 신뢰관계 재건에 한층 주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의 통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커스 발족 발표와 함께 양국 갈등이 촉발된 지 꼭 일주일 만이다. 오커스 출범으로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키로 하면서 호주가 프랑스와의 560억 유로(77조 원) 규모의 디젤 잠수함 계약을 파기했고, 프랑스는 사전에 귀띔조차 하지 않은 데 항의하기 위해 양국 주재 대사를 전격 소환한 바 있다. 프랑스가 핵심 동맹이자 오랜 우방인 미국과 호주에서 대사를 소환한 것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핵잠수함 논란이 불거지자 프랑스는 “뒤통수를 맞았다”, “배신을 당했다”며 미국과 호주를 맹비난해 왔다. 프랑스에서는 미국이 관련 내용을 사전에 협의하거나 알리지 않았다며 계약을 직접 파기한 호주보다 미국을 향한 분노가 더욱 거셌다.

미국은 프랑스의 이런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호주에 대한 핵잠수함 기술 이전 약속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한편 미국과 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 비공식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 간 첫 대면 회담이 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다. 4개국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점점 커지고 있는 중국의 지배력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일부연합뉴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