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가덕신공항 찬성서 돌연 재검토… 오락가락 행보 비난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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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가덕신공항 전면 재검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감사원장을 지내다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보수 진영에서 주목받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마이웨이’ 행보가 당 안팎의 우려를 낳고 있다.

대선 캠프 해체(14일), 상속세 전면 폐지 공약 발표(16일), 낙태 근절 1인 시위(22일), 총선 부정 의혹 제기(22일) 등 제1야당 유력 경선 후보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연이어 연출하면서다. 급기야 23일에는 “대통령에 취임하면 가덕신공항 추진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최 전 원장은 앞서 <부산일보> 인터뷰(9월 13일 자 5면 등 보도)를 통해 “가덕신공항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고, 이어진 부산 현장 방문(13일)에서도 가덕신공항 찬성 입장을 밝힌 터라 이날 발표는 최 전 원장 주변에서조차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컸다. 최 전 원장은 “부산 방문 시 신공항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이미 특별법에 의해 시작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고 짤막하게 입장 번복에 대해 말했지만, 지역 최대 정책에 대한 생각이 180도 달라진 배경이나, 유권자들의 혼란을 부추긴 데 대한 충실한 설명으로 읽히지 않았다.

최근 본보 인터뷰 통해 적극 지원 발언
23일 갑자기 ‘전면 재검토’ 공약 발표
수도권 시각으로 어설픈 반대 논리 펴
정의화 “최 전 원장 지지 철회” 공식화
김미애 “심각한 우려와 실망” 입장문
민주당 부산시당도 “후보직 사퇴” 성명

대신 그는 가덕신공항 계획과 무관한, 지역 관문공항 반대를 위해 급조된 수도권 중심 시각의 정부 보고서를 인용해 ‘어설프게’ 가덕신공항 반대 논리를 펼쳤다. “김해신공항 총사업비는 5조 8000억 원에서 6조 7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반면 가덕신공항 사업비는 12조 8000억 원에서 최대 28조 6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대표적이다. 20년 이상 준비된 가덕신공항 사업을 3개월 만에 결정했다고 지적한 대목을 두고는 ‘황당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대신 최 전 원장은 “국민의 돈을 소중하게 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 “이해관계에 엮여 국민의 재산을 낭비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다” 등 감정적인 호소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최 전 원장 대선 행보를 적극 지원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그의 가덕신공항 입장 발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아연실색했다"며 "대한민국을 맡기기 어렵겠다는 결론"이라고 최 전 원장 지지를 공식 철회했다. 최 전 원장의 부산 해운대 첫 정치 일정을 함께한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 후보를 지지하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도왔던 입장이지만, 재검토 주장은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심각한 우려와 실망을 표하는 바이며, 평면적 논의에서 벗어나 재검토 주장 철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최 전 원장이 현재 8명에서 4명으로 추려지는 국민의힘 2차 경선을 앞두고 강경 보수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강하게 주장하던 모습을 떠올려보면 최 전 원장은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정치 노선을 채택한 것 같다”며 “지금 모습은 황교안 전 대표 이미지와 오버랩된다”고 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여야 합의로 통과된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문제 삼은 최 전 원장 이날 발언에 대한 파장이 더욱 컸다. 부산 국민의힘은 부산·울산·경남(PK) 출신으로 기대를 모은 최 전 원장의 ‘돌발’ 행동에 놀란 듯 즉각 성명을 통해 “가덕신공항 건설은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며 “최 후보의 재검토 발언은 일방적인 자료나 정보에 근거한 오해가 아닌가 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여권에서는 최 전 원장 입장을 문제 삼으며 쟁점화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가 ‘가덕신공항 재검토’라는 망언을 했다”며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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