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쉬면 70만 원… ‘뻑비’ 갈취 완월동 업주 법정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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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를 하지 않으면 이른바 ‘뻑비’라는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성매매 여성을 착취한 부산 최대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업주가 공갈죄로 법정구속됐다. 성매매 착취 구조의 핵심인 뻑비에 공갈죄가 적용돼 업주가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전국 처음이다.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형사2단독(판사 이효제)은 지난달 19일 공갈 혐의로 기소된 부산 서구 충무동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업주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 씨는 뻑비로 불리는 결근비를 성매매 피해자로부터 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퇴 벌금’도 매겨 채무액 늘려
협박 등 6년간 2300만 원 부과
일을 해도 ‘선불금 빚’만 늘어
공갈죄 적용 징역 1년 6개월 선고
‘성매매 착취’ 실형 처벌 첫 사례


뻑비는 피해자가 쉬거나 조퇴할 경우 하루 30만~70만 원씩 부과되는 일종의 벌금이다. 피해자가 업주에게 빚을 지게 하거나 현금으로 받아내는 돈이다. 피해자는 성매매 집결지에 발을 들일 때부터 소개비, 방세, 용품 구입비 등을 떠안고, 몸이 아파 하루 쉬면 뻑비만큼 빚이 늘어난다. 피해자가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줄지 않는 빚이 발목을 잡는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 씨는 피해자에게 약 6년간 106회에 걸쳐 약 2300만 원을 뻑비로 부과했다. 피해자는 2013년 A 씨에게 선불금 2000만 원을 받고 일을 시작했다. A 씨는 당초 피해자에게 “몸이 아프면 편하게 쉬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피해자가 일을 쉬면 뻑비를 부과해 피해자의 빚을 늘렸다. 또 2014년 5월 3일께 피해자가 몸이 아파 일을 쉰다고 하자, A 씨는 피해자의 방문을 발로 차면서 욕설을 퍼붓고 가족과 지인 등에게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것을 알리는 방식으로 협박했다.

법원은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판사는 “피해자가 경제·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A 씨가 다량의 현금을 갈취한 것은 공갈죄에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악습으로 이어진 범죄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판사는 “피해자가 선불금을 받고 일하며 업소 내 수칙을 요구받았다는 점에서 경제·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누군가의 협박에 외포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포주가 선불금, 뻑비, 생활비 등을 명목으로 성매매 여성을 착취하면서 성매매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런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 피고인을 엄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전국 성매매 집결지 어디서나 관행적으로 운영된 착취 제도의 핵심(부산일보 2019년 9월 15일 자 8면 보도)인 뻑비의 불법성이 입증된 첫 사례다. 실제로 최근 공공 폐쇄가 진행된 전주 선미촌 해체를 이끌어 온 송경숙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장은 “성 산업의 여러 착취 방식 중에서도 갖은 명목으로 벌금을 물리는 것은 가장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경제적 착취”라며 “아산 장미마을은 하루 결근비 200만 원, 전주 선미촌은 100만 원을 물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A 씨의 성매매 알선 혐의는 포함하지 않았다. 피해자가 A 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진술할 수도 있었지만, 성매매 처벌법상 성매매 행위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데다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한 ‘강제성’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당시 A 씨의 성매매 알선 혐의를 입증할 성 구매자 확보 등 증거가 충분하지도 않았다. A 씨가 성매매 알선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어 같은 혐의를 두 번 적용할 수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피해자가 일한 기간이 A 씨가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인정된 기간과 같았기 때문이다.

부산 완월동 폐쇄와 공익개발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는 22일 성명을 통해 “최근 검경이 완월동 성매매 집결지 등에서 성매매 알선에 제공된 건물과 재산을 몰수 추징하거나 사법부가 방값, 뻑비 부과를 부당이득 취득 및 공갈 협박으로 인정하는 등 성매매 집결지의 다양한 불법성이 입증되고 있다”고 밝혔다.

손혜림·박혜랑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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