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갈등만 부추긴 교육부 학사운영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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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경 지역사회부 중부경남팀 부장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란 말이 있다. 이번 교육부의 2학기 학사운영지침이 딱 그런 모양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하면서 방역업무를 둘러싸고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학교 현장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2학기를 시작하면서 전면 등교 관련 정부지침이 필요한 상황이긴 했지만, 사족을 붙여 그 취지가 빗나가고 말았다.

교육부의 2학기 학사운영지침이 경남도교육청에 접수된 건 지난달 8일. 그로부터 한 달여 지난 16일 경남교육노조가 지침을 입수했고 그런 내용을 문제삼아 성명을 발표하면서 일파만파로 알려졌다. 지침에는 2학기 전면 등교를 위한 단계적·탄력적 운영방안을 담고 있지만, ‘방역 등의 업무가 (보건)교사에게 부과되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이 첨부돼 있다. 그러나 이 사족은 보건교사에게도, 행정실직원에게도, 도움이 되기는 커녕 울고 싶던 참에 빰 때린 격이 됐다.

경남교육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발하고 나섰다. 지방교육행정직을 회원으로 하는 이들은 “보건교사의 직무는 학교환경위생관리 업무로, 학교 구성원 모두가 예외 없이 협력해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보건교사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엄중한 시기에 ‘교사에게 방역 등의 업무를 부과하지 않도록 한 교육부 지침’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니 즉각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방역업무를 맡는 보건교사들은 그들대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평소 보건업무와 수업만으로도 벅찬데 방역업무까지 하다보니 업무 폭주에 시달린다는 하소연이다. 보건교사 책임하에 온도체크와 소독 등이 실시되고, 물품구매와 방역자원봉사자 채용까지 하다보니 과로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한 보건교사는 “최소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초 이런 지침이 나왔어야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교사는 “대부분의 학교가 힘겨루기 끝에 보건교사가 맡기도 하고, 행정실에서 맡기도 하는 데, 이제와서 되돌릴 수도 없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일선 학교의 갈등이 이지경이 되기까지 경남도교육청의 책임이 크다. 방역업무 분담에 대해 질의할 때마다 ‘서로 협의해서 원만히 처리하라’는 모호한 답변만 되풀이 해왔기 때문이다. 이같이 상급기관의 명시적인 잣대가 없다보니 어떤 학교는 보건교사가, 어떤 학교는 행정실에서 방역 업무를 맡고 있는 것이다. 경남교육노조가 1·2차 성명을 통해 박종훈 교육감의 입장은 무엇이냐고 다그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왕 교육부 지침이 이렇게 전달된 이상 교육감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도리다.

이같은 갈등은 어느 시·도나 다 비슷한 양상일 것이다. 하지만 경남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교육감의 편가르기식 리더십이 한가지 원인이란 지적도 많다. 교사 잡무 제로화를 비롯해 사사건건 전문직은 두둔하고 교육행정직은 홀대해온 결과 비협조적인 학교풍토로 변했다는 것이다. 교육이 양쪽 날개로 나는 새에 비유되는 종합예술이라면, 균형잡힌 리더십 회복이 시급하다. 교육부도 학교 현장 사정과 동떨어진, 뒷북 지침으로 갈등을 부추기는 일은 삼가야 한다. nk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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