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대까지 먹을 수 있는 수산물’ 생산이 시장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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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가 바다 살린다] ③ 커지는 지속가능 수산물시장

“국민에게 값싸고 질 좋은 단백질을 공급한다.” 우리나라 수산 정책의 ‘기본 모토’와도 같은 말이다. 오랫동안 수산물을 값싸게 먹었던 소비자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바다의 물고기가 넘쳐나던 시절에야 가능했던 이야기다. 하지만 남획의 시대가 지나고 자원량은 줄었고 가격은 올라갔다. ‘금징어’ ‘금등어’와 같은 말이 나올 정도로, 수산물은 더이상 값싼 단백질 공급원이 아니다.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이미 외국에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로 조금 더 비싸지만 후대까지 먹을 수 있는 수산물 시장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생각도 바뀌고 있다.

세계 유통 20% MSC 인증 제품
다국적기업도 확산에 적극 동참
런던·리우올림픽서 공식 구매
국내서도 39개 제품 인증 획득
덕화푸드 제품 40% 인증 마쳐
삼진어묵·동원산업 등도 늘려가

■세계 수산물 시장 ‘지속가능’이 대세

전 세계 수산물 시장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보로 한 수산물의 판매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해양관리협의회(MSC)의 2019~2020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1만 9000여 개의 수산물이 100억 달러 규모로 유통됐다. MSC는 세계 수산물 유통의 20% 이상이 MSC 인증 제품이라고 보고 있다. MSC 인증 제품은 지속가능한 방식의 어업을 통해 얻은 수산물을 말하며, MSC가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관리하고 있다.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MSC 인증 수산물의 유통이 21%나 늘어났으며 그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 71개국에서 MSC 인증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네덜란드 유통업체 중 1위인 알버트하인과 영국 1위인 세인스버리 등은 MSC 확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스웨덴 이카, 리들, 윌리스도 최근 이 같은 움직임에 함께하고 있다. 이들 유통체인에서 판매하는 수산물의 80%가량이 MSC 인증을 부착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MSC 인증 제품만 판매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수산가공품시장뿐만 아니라 펫푸드 기업인 쉬바에서도 자사에서 생산하는 전 제품에 MSC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인 맥도날드, 힐튼호텔, 하얏트호텔, 코스트코 등에서도 MSC 인증 수산물 비율을 높여가는 추세다.

‘2012 런던 올림픽’과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MSC 인증 수산물에 대한 구매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런던에서는 MSC 인증 수산물만 선수촌에 제공했으며,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ASC, MSC 인증을 받은 틸라피아와 연어를 활용한 식사 메뉴를 제공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나서며 소비자들의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글로브스캔(GlobeScan)이 전 세계 23개국 5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2002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49%의 수산물 소비자가 MSC 로고를 인지했고 76%가 인증을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서두르는 지역 수산업계

국내에서는 39개 제품이 MSC 인증을 획득했다. 지역에서는 (주)덕화푸드, (주)은하수산 등이 MSC 인증을 획득했다. 수산물이 주원료인 어묵업계도 바쁘다. 삼진어묵은 ‘문주’제품에 대해서, 효성어묵도 피시볼 제품에 대한 인증을 받으며 MSC 인증 제품을 늘려가고 있다.

명란전문기업 덕화푸드는 제품의 40%가 MSC 인증을 마쳐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덕화푸드 장종수 대표는 “지역기업들 입장에서는 MSC 인증 자체가 비용·자료 준비 등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덕화푸드는 내년에는 100%까지 MSC 인증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장 대표는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MSC는 하나의 방편이다”며 “MSC 인증은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준비 시기가 늦을 경우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 변화에 민감한 수출 중심 기업들의 발걸음은 더 바쁘다. 스낵김 등 김 가공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세화씨푸드(주)는 최근 MSC 인증 준비를 시작했다. 세화씨푸드는 지난해 1000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할 정도로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기업이다. 일본 수출 비중이 전체의 45%, 독일·스페인 등 유럽 국가가 30%, 미국이 25% 정도다. 세화씨푸드 배성아 이사는 “글로벌 시장 바이어들이 MSC 인증을 찾는 곳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며 “수출을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럽지만 바이어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무시할 수는 없지 않냐”라고 말했다.

원양업계도 마찬가지다. 동원산업은 통조림용 참치를 잡는 선망어업에 이어 횟감용 참치를 조업하는 ‘연승어업’에 대한 MSC 인증까지 획득했다. 선망선과 연승선을 모두 운영하는 조업선사로서 두 가지 어업방식에 대해 MSC 인증을 모두 받은 것은 세계 최초다. 참지 조업을 하는 사조그룹과 신라교역 역시 참치 어업에 대한 MSC 인증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시장이 변화하자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2021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도 MSC가 등장했다. 여기서도 MSC 인증이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MSC 인증 수산물 소비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때문에 MSC 인증이 국가나 국제기구 차원에서 시행하는 인증제도가 아닌, 민간단체에서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제도라 하더라도 국내 수산업의 대외 경쟁력 측면에서 인증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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