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뻑비’ 뜯은 완월동 업주, 성매매 알선 혐의론 처벌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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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부산 최대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의 업주 A 씨(부산일보 9월 24일 자 2면 보도)가 성매매 알선 혐의가 아닌 공갈 혐의로만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성매매 여성의 적극적인 신고가 어려운 현실 때문이었다. 여성단체는 “성매매 여성이 공범이 되어야만 하는 성매매 처벌법이 오히려 성매매를 근절할 수 없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법 맹점에 기소조차 못 해
‘공갈 혐의’만 적용해 실형 선고
성매매 행위자도 처벌 규정 탓
피해자 강제성 입증에 걸림돌
구매자·알선자 처벌 집중해야

지난해 6월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A 씨가 기소된 혐의는 공갈 뿐이다. A 씨는 성매매 여성에 부과하는 결근 벌금인 일명 ‘뻑비’를 6년간 2300여만 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뻑삐 징수로 실형을 선고받아 성매매 착취구조가 입증된 최초 사례였다.

하지만 A 씨는 성매매 알선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다. 장부 등의 증거 확보의 어려움과 성매매 여성도 처벌하는 관련 법 조항 때문이다.

성매매 알선죄는 계속범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혐의 성립을 위해서는 A 씨가 업소를 운영하며 작성한 장부와 성 매수자의 진술 등이 필요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성매매 행위자 처벌 관련 법이다. 증거 확보 등을 위해서는 성매매 여성의 적극적인 진술이 필요한데, 현행법상 성매매 여성도 성매매 행위자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이들의 진술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성매매 처벌법 제21조 제1항에서는 성매매 행위자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도록 규정한다. 이 때 성매매 여성이라도 강요를 당한 경우 피해자로 인정한다. 하지만 피해자 개인이 강제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성매매 여성들은 업소 이외의 사회 관계망이 약한 경우가 많아 업주에 경제적, 심리적으로 종속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건을 수사했던 부산 중부경찰서 수사관은 “당시 피해자가 심적으로 취약한 상태라 진술을 요구하기에는 2차 가해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는 성매매 여성들이 알선에 대한 처벌을 피하려다 보니 피해를 당해도 고발하기 어렵고, 착취 구조도 숨겨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성매매 처벌법이 성매매 산업 근절을 위해 완전히 기능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관계자는 “만에 하나 자신이 피해자로 입증되지 않아 처벌 받을까봐 두려워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며 “지원센터에서 피해자를 돕고 있지만, 활동가들도 여성에게 행위자로 처벌 받지 않을거라고 보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는 성매매 행위자 처벌 조항을 삭제하고 구매자와 알선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노르딕 모델’을 채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르딕 모델은 성 노동자는 처벌하지 않고 지원하며, 구매와 알선자에 대한 처벌을 명확히 하는 수요 차단 중심의 정책으로 스웨덴·아일랜드·프랑스·캐나다가 채택하고 있다.

윤덕경 한국여성정책 연구위원은 “성매매 여성 지위의 취약성 때문에 단속 효과가 성매매 여성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며 “이는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고, 성매매 단속과 규제의 작동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위원은 “수요 중심으로 성매매를 차단하는 ‘노르딕 모델’을 채택해야 성매매 근절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A 씨는 1심 선고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손혜림·박혜랑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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