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고성군수-의회, 이번엔 ‘재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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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군과 군의회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집권당 군수에다, 의회는 여소야대 형국이라 주요 현안마다 충돌하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층 가열되는 모양새다. 군의회의 계속된 발목잡기로 궁지에 몰린 집행부는 급기야 ‘재의 요구권’까지 발동했다. 집행부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자칫 상황을 악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회 의결 ‘공모사업 관리 조례’
군청의 ‘사전 보고 의무’ 명시
백두현 군수 재의 요구권 첫 발동
야당 절대다수 재의결 가능성
민선 7기 주요 현안마다 충돌

백두현 고성군수는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7일 군의회에서 발의·의결한 ‘고성군 공모사업 관리 조례안’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재의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 군수의 재의 요구는 민선 7기 출범 이후 처음이다.

해당 조례안에서 백 군수가 문제 삼은 것은 ‘의회 사전 보고 의무’ 조항이다. 백 군수는 “의회 의무 보고 대상이 되면 신청 전부터 많은 행정력이 낭비돼 때를 놓치거나 공모에 대응하는 공무원 역량이 분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전 보고’가 ‘사전 심의’로 변질해 집행부 예산편성권도 침해받게 될 소지가 있다는 게 백 군수의 판단이다. 백 군수 취임 이후 고성군은 상급 기관 공모사업으로 159건, 4620억 원의 국·도비를 확보했다. 스마트축산,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무인항공기 투자선도지구 등 재정 한계로 불가능했던 대형 프로젝트 수행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백 군수는 “현재까지 이룬 성과와 조례제정 시 우려되는 문제점을 고려하면 관련 조례는 걱정되는 면이 더 많다”며 “지역 발전과 군민 행복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덧붙여 “의회와 소통하지 않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지금도 중요한 공모에 대해선 의회와 교감해 왔고, 앞으로도 의회를 존중하고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자체장이 재의를 요구한 조례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해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조례안은 자동 폐기된다. 하지만 고성군의회는 전체 의원 11명 중 8명이 백 군수(더불어민주당 소속)와 다른 국민의힘 소속이다. 민주당 의원은 단 2명, 나머지 1명은 무소속이다. 현재로선 재의결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집행부는 지방자치법 제107조 제3항에 따라 마지막으로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하지만 군의회와 전면전을 각오해야 한다. 묵혔던 갈등이 한꺼번에 표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실제로 민선 7기 출범 이후 양측은 사사건건 부닥쳤다. ‘포퓰리즘’ 논란에 4수 끝에 겨우 군의회 문턱을 넘은 ‘청소년 수당’을 시작으로, 코로나19 백신 인센티브 예산 전액 삭감, 영유아 수당 도입 발표를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여기에 동물보호센터?유스호스텔 신설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을 예고한 상태다. 모두 백 군수의 핵심 공약이거나 시행을 공언한 사업이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민의는 안중에 없고 정치 논리로 대응하다 보니 매번 이런 식이다. 군민 입장에선 볼썽사납다”면서 “이대로는 고성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여야를 떠나 발전적 논의와 협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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